여의도 부티크24시 ①전업투자 길 들어선 증권맨들
세대교체로 젊어지는 부티크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50대는 사라졌다고 봐야죠."
기업인수합병(M&A) 전문회사에서 유명 컨설턴트로 활약하다가 코스닥 상장사 오너로 변신한 박남길(가명ㆍ47세)씨의 말이다.
벤처 광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반 풍미했던 이른바 '부티크 1세대' 가운데 투자자문사로 지위를 격상시켜 제도권에 진입하거나 쓸 만한 기업을 맡아 업종 전환을 모색한 경우는 성공사례로 꼽힌다. 박 씨처럼 '제2의 인생'을 사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증시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태되면서 '부티크 공백(?)' 현상까지 빚어졌다.
박씨는 "거의 모든 부티크가 기업공개(IPO), M&A 일변도의 영업에 치중했는데 경기가 꼬꾸라지면서 역풍을 맞았다"며 "청담동, 역삼동을 위시로 강남권에서 활약하던 상당수 부티크는 그런 전철을 밟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파생시장 규제를 강화하는 등 이른바 '선수'들의 먹거리가 줄어들면서 1세대의 퇴보는 가속화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2011년 경기침체가 증권사 실적 둔화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40대가 중심이 되는 부티크가 본격 조성되기 시작했다"며 "부티크의 개념과 사업범위가 유사 투자자문 영역으로 넓혀져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회상했다.
40대가 중심이 된 부티크의 경우 적립식투자로 유입된 자금이 시장을 움직이는 '역사적 수급장'을 경험하면서 기업 밸류에이션에 주목하는 투자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증권가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지면서 "실력으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수익도 극대화한다"는 분위기가 퍼져 '30대 부티크 데뷰'도 심심찮게 목격되는 상황이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수수료가 공짜 수준에 이르면서 실력있는 펀드매니저들이 협업 형태로 부티크 전선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여의도 오피스텔 임대료 부담이 다소나마 낮아진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전반적인 경기불황으로 대기업 계열사가 연쇄 부도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일선 재무담당 직원들의 전업투자자 선언도 '부티크 세대교체'에 한 몫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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