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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의 겨울, 매미들이 가치의 전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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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부티크24시 ①전업투자 길 들어선 증권맨들
단타매매 대신 가치투자 무장
플러스 절대수익 창출 목표
증권가 생태계 바꾸는 新세력으로
외국인 기관과 정면승부 나서


여의도 증권가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자신의 시장 통찰력과 자산운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외국인 및 제도권 기관투자가와 정면승부를 벌여보겠다며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증권맨들이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째 증시 불황 먹구름이 걷히지 않으면서 본격화된 구조조정 여파가 낳은 풍속도다. 지난해부터 비인가 소규모 투자자문사인 '부티크' 간판이 여기저기 내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제도권 금융투자회사에서 낙오한 부류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달라지는 증시 주변환경을 제대로 따라가기 위해 조직 특유의 꽉 짜여진 시스템을 과감히 탈피한 측면이 강하다. 과거 부티크가 보여줬던 투자패턴과도 사뭇 다르다. 모르쇠 투자로 일관하거나 '벤처 열풍'에 기대며 주가 조작을 통해 기업 사냥에 나서는 '어둠의 투자'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오로지 실력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아보려는 이들에게 2014년 새해가 희망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과거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로 몸 담았던 이들의 프리랜서로서의 치열한 일상과 희노애락을 들여다본다.

증시의 겨울, 매미들이 가치의 전쟁을 시작했다 ▲서울 여의도 S트레뉴에 위치한 부티크에서 한 애널리스트 출신 전업투자자가 열심히 증권 리포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증권업계에 불황이 찾아온 이후 여의도 일대에서 활동하는 부티크만 300여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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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여의도 초고층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는 S트레뉴 빌딩. 인근의 메리어트호텔, 대우트럼프월드 오피스텔과 함께 부티크가 새롭게 몰려들고 있는 곳이다. 이들은 증권가에서 S운용, M운용, D운용사로 불리기도 한다. S트레뉴에 위치한 부티크가 굴리는 자금만 2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웬만한 제도권 운용사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부티크를 조직한 이들은 일명 ‘매미’, ‘애미’로 통한다. 매미는 펀드매니저 출신 개미, 애미는 애널리스트 출신 개미투자자를 일컫는다. 증시 일일 거래대금 5조원 시대. 거래 가뭄을 뚫고 제2의 증권 인생을 꿈꾸며 ‘시장 윤활유’ 역할을 하는 이들의 하루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시장분석·매매·기업탐방에 컨설팅까지 ‘멀티 플레이어’= “일단 새벽 별을 보며 출근하지 않아도 돼 좋습니다. 벼르고 별렀던 수영도 배우기 시작했어요.”


2011년 잘나가던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 자리를 박차고 나온 김인준(45·가명)씨. 그의 하루 일과는 오전 7시 집 근처 헬스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것으로 시작된다. 증권사에 몸담았던 시절 오전 6시에 출근해 쳇바퀴처럼 바쁘게 굴러가던 일상과 비교하면 한결 여유로워졌다.


하지만 개장 시간과 가까워질수록 김씨의 손놀림은 더욱 분주해진다. 자기 책임 하에 확실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한다. 오전 8시 여의도 사무실로 출근, 동료들과 티타임을 갖고 나면 바로 전투모드다. 그날 주요 증시 일정과 조간 기사들을 체크하고 각자 자리에 앉아 ‘실전 서바이벌’을 준비한다.


오전 9시30분. 그의 집중력이 최대로 발휘되는 시간이다.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만 4대. 오랜 기간 애널리스트 생활을 통해 얻은 통찰력으로 관심 종목과 시장 상황, 해외 이슈 등을 빠르게 분석하고 매매에 활용한다. 으레 장 초반 주가가 가장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엉덩이는 의자에 고정, 눈동자는 모니터를 벗어나지 않는다.


김씨는 “제도권 금융사에 비해 소자본을 굴리다 보니 시장 평균보다 나은 수익률로는 만족할 수 없다”며 “일정 수준 플러스 절대수익을 창출하려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소소한 모멘텀을 최대한 빠르게 분석해내고 매매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1시30분. 관심 기업에 전화다이얼을 돌린다. 새로운 이슈를 탐문하고 현장 방문 일정을 잡기 위해서다.


장이 마감되자 그는 코스닥 상장사가 S트레뉴에서 연 기업설명회(IR)로 향한다. 이곳에선 기업 홍보를 위한 간이 IR행사가 종종 열린다고 한다. 행사장을 찾은 이들은 A증권 애널리스트, 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라는 간판은 뗐지만 날카로운 눈빛만은 여전하다.


저녁시간도 여전히 분주하다. 주요국 증시 상황을 정리하기 무섭게 옛 동료와의 만남을 위해 음식점으로 향한다. 최근 구조조정 여파로 창업 준비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는 “주변에서 그만두고 싶다는 상담을 너무 많이 해서 카운셀링 비용이라도 받아야 할 정도”라며 “시장분석, 운용, 기업탐방, 영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을 소화할 수 있고 무엇보다 확실한 목표가 있어야 부티크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의도만 300곳…투자패턴도 견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일대에서 간판을 내걸고 있는 부티크는 300여곳에 달한다. 강남 일대에서 번성했던 기업 인수합병(M&A) 특화 부티크는 쇠락한 반면, 소규모 유사 투자자문을 영위하는 부티크는 2012년 말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급격히 증가했다. 동양증권 등 다수 증권사들이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부티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패턴은 훨씬 견고해졌다. 단타매매, 작전에 치중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가치투자에 가까웠다. 제도권 시절 쌓은 통찰력과 분석력으로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계좌는 자신 명의의 계좌만 쓴다. 포트폴리오 공유는 지양하고, 투자자문업 인가를 받지 않은 만큼 남의 돈은 절대 ‘NO’다.


유사투자자문사의 한 관계자는 부티크 창업 후 달라진 점에 대해 “여기엔 경쟁이 없다. 시장을 얼마나 이겼느냐, 다른 이보다 좋은 성과를 냈느냐는 중요치 않다. 동료끼리 서로 좋은 수익을 내서 꾸준히 웃는 얼굴로 보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그들은 과거 시장수익률을 얼마나 상회했는지, 증시 전망이 맞았는지 시시각각 비교당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만을 위한 플러스 성과를 추구하게 된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직이나 상사를 위하는 대신 자신을 위한 일을 한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꼽았다. 한 투자자는 “직장생활을 할 때는 ‘을’ 위치가 하도 서러워 자식 이름을 ‘갑’으로 지을까 고민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같은 아픔, 고민을 겪은 이들이 나와 한곳에 몰려있다 보니 자연스레 이웃과 사이가 좋아졌다. 동업자 의식이다. 일부는 오피스텔 이웃끼리 같은 층에 근무한다는 의미로 ‘관계사’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편견은 부티크 종사자들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이다.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여전히 ‘수급 꼬임’의 주체로 오인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S트레뉴 부티크를 상대로 집중 점검에 나설 것이라는 근거 없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한 투자자는 “부티크도 트렌드보다는 업종별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그중에서 실적이 좋아질 종목에 투자한다”며 “종목 선정 때도 단기 실적보다는 펀더멘털을 우선시하고 채권 또는 현금 비중을 30% 이상 가져가는 등 포트폴리오 전략도 상당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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