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연초 엔저쇼크에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원ㆍ엔 환율이 5년4개월 만에 1000원대를 하회하며 관련 수출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
3일 중소기업청(청장 한정화)은 중소기업중앙회와 손잡고 중소기업의 현장 애로사항을 수집하는 한편,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김대희 중기청 해외시장과 과장은 "기획재정부의 주도하에 관계기관이 모여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며 "중기청은 중소기업들의 건의사항을 취합하는 한편, 환율 관련 교육ㆍ컨설팅 부문에서 대책을 마련해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과 세계시장에서 경쟁 중인 기계산업 관계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박영탁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부회장은 기계업종을 대표해 김재홍 산업부 1차관이 주재하는 엔저대책회의에 참석, 업계 애로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정태일 한국OSG 회장은 다른 기업들이 이번 주말까지 쉬는 중에도 지난 2일부터 출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 회장은 "연초부터 원ㆍ엔 환율 급락 소식이 들려와 당황했다"며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을 살펴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기 위해 일찍 출근했다"고 말했다.
원ㆍ엔 환율 하락은 지난해부터 예견됐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국내 387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엔화환율이 최소 1044원은 돼야 영업이익이 보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에서도 68.4%가 환율변동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고 털어놨다.
좋은 품질에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이 쉽지 않다고 중소기업 대표들은 입을 모은다. 안용준 티엘테크 대표는 "환 변동 우려는 엔화거래를 원화로 대체하면서 극복해 더 이상 걱정이 없지만, 일본기업들과의 경쟁에 대해서는 우려가 많다"며 "일본 기업과의 수주 경쟁에서 가격 때문에 밀려난 업체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유관기관이 하루빨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일본 기업의 대부분은 1200원대 환율에 맞춘 품질경쟁력을 갖고 있어, 원ㆍ엔 환율 1000원대 이하로 가격경쟁력이 개선되면 국내 중소기업들이 단기간에 대응하기 힘들다"며 "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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