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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신년사는 비명처럼 절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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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갑오년 신년사에서 각 기업들의 최대 현안과 미래 과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각 그룹에 처한 상황과 최대 현안을 냉철히 분석하는 한편 미래 과제 수행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도 하다. 동부, 한진, 현대 등 유동성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신년사를 통해 생존에 대한 비장함 마저 내비쳤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새해 신년사는 '한계돌파'로 압축된다. "지금의 한계를 돌파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삼성도 없다"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이 회장 신년사는 한계돌파라는 네 글자로 요약된다.


2일 오전 신라호텔에서 삼성그룹의 신년하례회가 열리는 동안 삼성그룹 인트라넷에 한계돌파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 메시지는 신년하례회 단상 옆에도 걸렸고, 이 회장의 신년사 도중에도 수시로 등장했다.

삼성이 이 같은 경영 키워드를 내건 것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지만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로 인해 성장이 둔화되면서 4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의 2014년은 한계돌파라는 한마디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이라며 "시장의 한계, 기술의 한계, 품질의 한계를 넘어서 질의 경영에서 격의 경영으로 다시 한번 변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그룹 최대 현안으로 '기초체력'을 제시했다. 현대차의 급격한 성장 이면에 부족했던 기초역량을 다질 때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한때 3류 자동차 취급을 받던 현대기아차가 세계 5위 브랜드로 뛰어오르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간 성장과정을 되돌아보고, 전 부문에 걸쳐 역량을 강화해달라"는 정 회장의 주문은 새로운 도약에 앞서 기초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그는 지난달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에서도 "생산, 판매 전 부문이 기본으로 돌아가 기초 역량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를 예년보다 더 보수적으로 잡은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내세운 화두는 '수익성 방어'다. 한때 25%에 달하던 영업이익률이 10%대로 추락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사의를 표명한 정 회장이 마지막 시무식에서 "글로버 넘버원(No.1) 경쟁력, 넘버원 수익력을 방어하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것도 이 같은 절박함에서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새해 신년사를 통해 과감한 혁신과 현장중심경영을 통한 내실화와 해외사업 확장에 방점을 뒀다. 2009년 '롯데 2018 비전'을 통해 '2018년 매출 200조원,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을 내걸었는데 동남아 미진출국과 미주지역 등 포스트-VRICI(베트남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인도네시아) 국가로의 진출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비전 실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재현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 공백을 겪고 있는 CJ그룹 신년사에서는 위기의식이 뚜렷이 읽혔다. 손경식 회장은 "새해도 내수시장이 급격히 늘어나긴 힘들 것이며 올해도 순탄치 않은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며 "경영 안정성을 높이고 공유가치창출(CSV) 경영 등 사회공헌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그룹들은 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무장해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올해 대한항공 창립 45주년을 맞아 조 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흑자를 달성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제2 창업'을 선언했다. 워크아웃 4년차를 맞은 박 회장은 "제2 창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올해 경영목표인 매출 12조1500억원, 영업이익 7100억원을 기필코 달성해야 한다"며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을 졸업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올해를 새로운 10년, 제2기 신경영을 구축하는 원년으로 만들자"고 다짐했다. 현 회장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로 그룹의 명운을 거는 고강도 혁신을 추진해 달라"며 남북협력 사업과 관련해선 "기업 차원을 초월한 사명감"을 주문했다.


지난 3조원대의 대규모 자구계획을 발표한 동부그룹의 올해 화두는 '강인한 경영체질의 완성'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이번 구조조정을 계기로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내실을 강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갑오년을 '기회의 한 해'로 삼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올해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는 영업을 포함한 모든 부문의 턴어라운드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며 "오랜 불황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더 이상 우리에게 기다릴 시간이 없는 만큼 반드시 위기 상황을 끝내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신년메시지를 통해 올해를 '진정한 의미의 독립 원년'으로 표현했다. 그룹에서 분리된 후 지속한 내실경영이 성장 기반 마련의 원동력이 됐다는 자신감을 임직원들에게 드러낸 것이다. 신년 키워드로는 '원칙ㆍ변화ㆍ열정' 등을 꼽았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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