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에서 한강으로, 이빈섬 詩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눈물 속 같이 투명한
검룡소 흐르는 어린 물방울
검룡소 흐르는 어린 물방울 동무들과
손 잡고 지금 당신에게로 갑니다.
하늘 아래
태백의 깊고 부드러운 산길을 풀며
근원에서 풀려나온 작은 사랑처럼
지금 당신에게로 갑니다.
어디에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
푸른 핏줄이 당기는 사람
당신을 좋아하는 것은 나를 좋아하는 마음과 같아서
하늘에 바치는 순정한 인간의 마음 같이
번제(燔祭)의 저민 살 나눠 먹으며
새로 돋는 해 앞에서 그리워하고 싶었습니다.
시간의 골짜기를 타고 오르면 오를수록
당신과 나, 멀디멀던 어머니도 가까워져서
이 깊은 응시가 오래된 시간의 원천에서 갈라진 물줄기들의
합수(合水)같은 게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모든 뉘우침이 발 아래 있는
내려갈 길 밖에 없는 하늘 아래서
텅 빈 몸으로 절을 합니다.
당신이 내 마음 속에 하나의 큰 강이라는 거,
내가 당신 마음 속에 하나의 큰 산이라는 거,
물방울 하나 엮어
기적을 낳는 곰들의 머나먼 자식이라는 거,
태백에 올라 이윽고 바라보는
지리멸렬한 그리움의 정체를
문득 눈 떠 내려다봅니다.
하늘 마을에서 굽이치는 첫 몸짓으로
별자리같은 그곳을 향합니다.
물이 이 땅 구석구석 다 어루만지며 흐르듯
태백에서 한강으로 한 방울 한 방울 구르는
천만번 기적의 윤회로
나는 다시 몸부림쳐 가고자 합니다.
해를 받듯, 별을 우러르듯
오늘 또다시 새로운 날
운명의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