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빈섬의스토리]창의력 비밀은 유머

시계아이콘01분 56초 소요

영화 '잡스'와 진짜 잡스 같은 점 다른 점

[이빈섬의스토리]창의력 비밀은 유머
AD

어쩌다 보니 스티브 잡스에게 구도자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긴 하지만, 그는 인간의 한 측면을 강하고 풍부하게 가진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 측면은 산업사회 인류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 '낯선 무엇'이었다. 자본주의 기업의 탐욕스럽고 전투적인 생리를 그는 꿰뚫고 있었지만, 전장(戰場)이 거기에 있지 않음을 알았다. 소비자의 마음과 눈길이 향하는 곳, 그곳에 캠프를 차렸다. 많은 반대와 회의적 의견들이 있었지만 결국 그는 거기로 갔고 불가능해보이던 것들을 실천하고 이뤄냈다.


잡스가 죽던 날 아시아경제신문은 1면 전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지면에 그의 확신에 찬 미소 사진을 실었고 헤드라인을 '불멸'이라고 달았다. 사람의 죽음 앞에서 불멸을 말한 것은 패러독스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가 인류에게 남긴 것은 '창의'의 힘이었다. 그 창의는 인간의 원초적인 미감과 스타일과 편리함이 작고 단순하게 결집되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발산하는 것이었다. 얇고 납작하며 모서리가 둥근 작은 물건은 이전의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담아냈지만, 단순하며 직관적이며 새로웠다.

인류는 이 작은 물건 앞에서 '창의'가 무엇인지를 놀랍게 경험했다. 그 경험의 기억은 불멸이다. 헤드라인은 그것을 품고 있었다. 이 땅의 미디어에도 잡스가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신문을 뒤집어 이탈하고 있던 독자의 마음속으로 매혹적인 무엇이 되어 재진입하는 꿈을 꾼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창의는 그것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에라야 갈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잡스'라는 영화를 보면, 감독은 잡스를 비사회적인 기인(奇人)으로 묘사하고 있다. 동료들과 충돌하고 양보 없이 고집을 부리며 자신의 것을 표절한 경쟁사에 대해 증오를 불태우는 다혈질적인 천재. 그런 일면이 있었지만 그게 그를 대표하는 특징일까. 하나의 삶을 그려내는 스토리텔링이란 한 인간에 대한 심각한 오독이거나 부실한 이해이기 쉽다는 것을 여기서도 본다. 영화에는 잡스가 자신의 회사 주차장에 차를 대는 장면이 두 번쯤 나온다.

[이빈섬의스토리]창의력 비밀은 유머

그런데 장애인용 주차 장소에 서슴없이 파킹한다. 주차장이 텅 비었는데도 굳이 장애인 공간에 차를 세우는 까닭은 뭘까? 스스로를 장애인이라 생각한 걸까? 이 장면은 그의 전기에 등장하는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사장이었던 잡스는 애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러 갔다가 빈자리가 전혀 없어서 빙빙 돌다가 마침 비어 있는 장애인용 주차칸을 발견하고는 거기에 주차하고 사무실로 올라간다.


주차 관리인이 나와서 사장의 차가 장애인용에 파킹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썼다. '다르게 주차하세요(Park Different).' 물론 이 구절은 잡스가 창안한 애플의 슬로건인 '다르게 생각하세요(Think Different)'의 멋진 패러디였다. 하지만 이 일화는 잡스가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세계 최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운전기사도 없이 출퇴근하며 그것도 지정주차장을 갖고 있지 않는, 그 특이한 점에 잡스스러운 데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었다.


주차 관리원의 농담을 보라. 한국에서 기업 회장의 차에다 그런 유머센스의 스티커를 붙여놓을 수 있는 배짱을 지닌 주차요원이 있을까. 권위나 특권의 존재가 아니라 리더로서의 빼어난 역할자인 잡스. 하지만 영화는 그걸 담지는 못한 듯하다.


기존의 것을 되풀이하는 디자이너에게 '이 쓰레기를 날마다 만들어내면서 아직까지 여기 있는 이유는 뭔가'라고 묻던, 잡스의 삼엄한 질문은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에게 꽂히는 말이다. 그는 자동차의 번호판을 달고 다니지 않았다. 차의 흰색과 번호판의 옅은 살색, 그리고 그 글자색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 그의 미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번호판을 달지 않을 수 있었을까.


혹자는 잡스가 어떤 이유로 특권을 누렸을 거라는 짐작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현지에 살았던 어떤 사람이 이런 해답을 내놨다. "자동차를 6개월마다 새 차로 바꿔 등록하면 된다." 주 행정부의 신차에 대해 6개월간 번호판을 달지 않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을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성가신 일을 감수하면서까지 스스로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그 성격이 애플의 제품들에 숨어들어가 있는 셈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 isomis@asiae.co.kr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1414:44
    좁을수록 인기?…수도권에선 중형 면적보다 소형 청약 '러시'
    좁을수록 인기?…수도권에선 중형 면적보다 소형 청약 '러시'

    분양가 상승 흐름으로 인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소형 면적이 중형보다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엔 소형 청약자 수가 처음으로 중형을 앞서기도 했다. 1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자 총 48만5271명 중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아파트에 21만8047명이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전용 60∼85㎡의 중형 아파트에 21만7322명, 전용 85㎡를 초과하는 대형 아파트에 4만9902명이 접수했다. 한국부동

  • 26.02.1311:00
    정부 발표 2시간 만에 한 단지서 신규매물 3건…갭투자 일시 허용에도 '관망'
    정부 발표 2시간 만에 한 단지서 신규매물 3건…갭투자 일시 허용에도 '관망'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재시행하기로 최종 발표한 이후 시장에선 매물을 내놓겠다는 다주택자의 문의가 늘고 있다. 무주택자가 세입자 있는 다주택자 집을 사게 되면 전월세 계약 종료 때까지 '일시적 갭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매수자들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 앞으로 매물이 더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관망하는 것이다. 서울 지역 아파트 값 증가율은 2주 연속

  • 26.02.1310:20
    "지금 아니면 이 가격에 못 사요" 사람들 몰리더니 '잠실 르엘' 보류지 완판
    "지금 아니면 이 가격에 못 사요" 사람들 몰리더니 '잠실 르엘' 보류지 완판

    잠실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이 내놓은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보류지 10가구가 유찰 없이 첫 입찰에서 전량 낙찰됐다. 감정평가금액보다 5%가량 높은 기준가를 책정했음에도 40여명이 입찰에 참여해 평균 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3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조합은 최고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전용면적 59㎡B 3가구와 74㎡B 7가구를 매각했다. 입찰 기준가는 59㎡가 29억800만~29억9200만원, 74㎡가 33억1800만~35억3300만원

  • 26.02.1211:20
    양천구 33평 24억 아파트 21억까지 떨어져…매물 풀리고 호가 하락
    양천구 33평 24억 아파트 21억까지 떨어져…매물 풀리고 호가 하락

    "인근 신축 아파트 33평(전용면적 84㎡)이 전에는 24억원에 호가가 형성됐어요. 그런데 양도세 중과 발표가 나오고 21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고 이젠 21억원에라도 팔겠다고 하네요."(서울 양천구 신정동 A공인)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이 확정된 이후 시장에선 체감할 만큼 다주택자 매물이 풀리고 있다. 수억원씩 호가를 낮춰 내놓거나 세입자가 있어 당장 정리하기 어려운 경우엔 위로금 명목의 웃돈을 주고 매각하

  • 26.02.1211:00
    2월 주택사업자 경기 전망 대폭 개선…"수도권 중심 가격 상승 기대"
    2월 주택사업자 경기 전망 대폭 개선…"수도권 중심 가격 상승 기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 매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택사업자들의 경기 전망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15.3포인트 상승한 95.8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수도권의 경우 11.9포인트 올라 107.3으로, 비수도권은 16.0포인트 상승한 93.3으로 전망됐다. 해당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주택사업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 26.02.0307:05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의료 생태계의 대전환'[비대면진료의 미래⑥]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의료 생태계의 대전환'[비대면진료의 미래⑥]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4
    벼랑 끝에 선 '닥터나우 방지법'…플랫폼 규제 해법은?
    벼랑 끝에 선 '닥터나우 방지법'…플랫폼 규제 해법은?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3
    탈모·여드름 치료제만 급증…'처방전 자판기' 막으려면
    탈모·여드름 치료제만 급증…'처방전 자판기' 막으려면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2
    "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1
    "환자 편의 높이되 더 안전하게"…하위법령 논의 착수
    "환자 편의 높이되 더 안전하게"…하위법령 논의 착수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511:23
    박원석 "전한길, 이석기보다 훨씬 더 위험"
    박원석 "전한길, 이석기보다 훨씬 더 위험"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박원석 전 국회의원(2월4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박원석 전 의원과 함께 여러 가지 이슈들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원석 : 네, 안녕하십니까. 소종섭 : 오늘 장

  • 26.02.0314:25
    장성철 "한동훈의 알파와 오메가는 배지"
    장성철 "한동훈의 알파와 오메가는 배지"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2월 2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과 함께 여러 가지 이슈들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정치, 지난주 토요일부터 오늘 오전까지 9개를 올렸습니다.

  • 26.01.2907:47
    정청래 비판한 김민석, 치열한 두 사람의 '장군멍군'
    정청래 비판한 김민석, 치열한 두 사람의 '장군멍군'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군멍군'을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올 8월 전당대회를 향한 움직임이다. '8월 전대'는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를 넘어 여권의 권력 지형을 가르는 의미가 있다.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그의 정치적 힘은 지금보다 더 커진다. 여권 내 위상이 올라가는 것도 당연하다. 2028년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권을 쥐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표가 된다면

  • 26.01.2811:24
    이언주 "합당은 선거에 악재, 정 대표 행동 용서받기 어려워"
    이언주 "합당은 선거에 악재, 정 대표 행동 용서받기 어려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긴장감이 높아가는 흐름이다. '명청대전'이라는 말이 나오더니 최근에는 최고위원회에서 직접 언쟁을 주고받았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세력 격돌이 서서히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그 한가운데 있다. 최근 이 수석최고위원과 두 차례 인터뷰했다. 지난 21일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해 1시간 인터뷰했고, 27일엔 전화

  • 26.01.2611:31
    윤희석 "오세훈 프레임 바꿔야", 서용주 "정원오 재료 좋아"
    윤희석 "오세훈 프레임 바꿔야", 서용주 "정원오 재료 좋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22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님과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 두 분 모시고 최근 여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