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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FTA 20년' 외형 키웠지만 실속은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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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새해로 미국·캐나다·멕시코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지 정확히 20년이다. NAFTA는 1992년 10월 11일 체결돼 1994년 1월 1일 발효됐다.


1992년 미국의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빌 클린턴은 NAFTA가 자신의 경제정책에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NAFTA 덕에 재화와 서비스를 더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당시 무소속 후보 로스 페로는 NAFTA가 미 제조업을 망가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두 인물의 주장은 모두 옳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근 NAFTA 20년을 평가하면서 "기적도 재앙도 없었다"고 분석했다.


NAFTA가 3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직접적으로 얼마나 기여했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외형상 결과가 그리 나쁘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NAFTA 발효 이후 20년 사이 미 국내총생산(GDP)은 63% 늘었다. 같은 기간 캐나다와 멕시코의 GDP도 각각 66%, 65% 증가했다. 3개국 모두 OECD 평균 53%를 웃돈 것이다.

NAFTA의 기본 목적은 교역확대다. 실제로 교역이 크게 확대돼 GDP도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손익에서 3국의 희비는 엇갈린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03년 보고서에서 NAFTA가 자국 교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도 수출보다 수입에 더 큰 영향이 생겼다고 분석한 바 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늘어 손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NAFTA 발효 이후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수출은 각각 201%, 370% 늘었다. 수입도 크게 늘어 대(對)캐나다 수입이 194%, 대멕시코 수입이 621% 급증했다.


이는 미국의 대외 무역적자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NAFTA가 발효된 첫 해 미국의 대멕시코 무역수지는 4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19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해마다 늘던 대멕시코 무역적자는 2007년 700억달러까지 확대됐다 이후 다소 줄었지만 2012년 여전히 600억달러(약 62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NAFTA 발효 무렵 1700만개였던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 수가 현재 1200만개로 줄었다는 점이다. 페로의 지적대로 미 기업들이 인건비가 싼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미국 내 일자리가 감소한 것이다.


멕시코가 NAFTA의 최대 수혜국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멕시코도 NAFTA로 심각한 고민을 안게 됐다. 미국의 값싼 옥수수가 밀려 들어와 경쟁력을 잃은 멕시코 농민 수백만이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강제 이주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멕시코농민협회는 농촌 가계의 70%가 빈곤상태에 놓여 있다며 NAFTA 체결 전 멕시코는 개발도상국이었지만 지금 저개발국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수혜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공장들이 멕시코로 들어왔지만 이는 생산 공장 아닌 단순 조립 공장이라 기술 이전 등 멕시코 제조업 발전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GDP가 6.6% 감소해 남미 국가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자생력을 키우지 못한 채 미국에 대한 의존도만 커져 직격탄을 맞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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