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새로운 해의 새 빛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2013년 계사년(癸巳年)이 물러가고 2014년 갑오년(甲午年)이 어느덧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글로벌 BOK'라는 기치를 높이 들고 한국은행을 '선진 일류 중앙은행'으로 우리 다함께 힘을 합쳐 재탄생시키자고 호소한지도 어언 4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오로지 한국은행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림으로써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중앙은행을 만드는 것을 최고의 목적으로 한국은행을 그동안 개혁해왔고, 임직원 여러분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괄목할만한 변화가 이뤄졌다고 믿습니다. 국제적으로는 한국은행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고, 내부적으로도 자신감에 충만한 많은 직원들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과제나 사업들을 수행하는 것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가 됐습니다.
새해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즉 경제운영에 있어서 과거와는 판이하게 구별되는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진 전환점으로 후사에 기록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5년 여 동안 경험했던 한 세기동안 최대의 시련이었으며, 매우 심각했던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질곡으로부터 미국을 위시한 선진경제들이 서서히 벗어나는 조짐이 보이게 될 것이며, 또한 비전통적 수단이 통화정책의 주류를 차지하였던 시대로부터 다시 예전으로 복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수단들이 계속 개발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 모든 것으로부터 우리에게는 어려운 도전들이 제기될 것입니다.
대외 경제 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날로 심해져가는 우리 경제에서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는 적절한 국내정책 운영의 필수적 요소가 되어 있습니다. 국제적 안목을 갖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국내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이 되어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 수년간 이렇게 변화하는 대외환경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모색은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결코 단절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한국은행 임직원 여러분, 2주일 전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정책전환의 신호탄이었습니다. 미국경기 흐름과 노동시장여건에 관한 여러 지표들이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감지된 지 오래됐고, 단지 시장에서 그동안 형성됐던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떤 형태로 조정될 지가 문제로 남아 있었던 정도였습니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고려하면서 매우 조심스럽고 세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정책을 활용해 미국 연준이 아직까지는 큰 무리 없이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책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미국을 위시한 선진경제의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기도 했습니다. 물론 양적완화 축소의 규모와 속도가 어느 정도 빠르게 진행될 것인가와 궁극적으로 금리의 정상화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향후의 관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글로벌 지배구조(global jurisdiction)의 흠결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는데 아직도 이것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세계경제가 다수의 국지적 균형이 지역적으로 병존하는 복수균형(multiple equilibria) 상태에 빠질 위험성도 상존한다고 봐야 합니다.
더욱이 우리에게는 미국의 정책변화를 예상하고 대응해야 하는 과제이외에도 지금까지 양적완화에 대해 공조체제를 갖훠왔던 미국·유로경제·일본·영국 등 소위 G4가 이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변화시킬 때에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속하게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직·간접 영향을 사전적으로 전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경직되지 않은 사고로 우리의 안목이 대내외 시장변화를 간과하지 않도록 경계심을 높이면서 유연하게 대처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부터 이에 대한 첫 대응은 주지하다시피 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글로벌 금융규제개혁 노력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추진하였던 바젤III, 도드프랭크법안(Dodd-Frank Act)으로 대표되는 많은 규제강화 시도도 상당히 진전됐습니다. 물론 향후에도 지속적인 개혁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 강화에 대한 바젤III는 전 세계적으로 올해부터 그 효과가 발효되며, 도드프랭크법안 중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볼커 룰(Volcker Rule)도 2015년 7월부터 그 효력을 발휘하게 결정됐습니다. 규제개혁은 금융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금융기관 비용부담의 증대 및 이에 따른 금융활동의 위축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개혁노력이 어느 정도 진전을 보았다는 것은 과거에 비해서는 미래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한국은행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에 상응하도록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함으로써 국내 경제가 국제 추세와 괴리되지 않도록 했다는 점과, 금융규제의 국제적 개혁 노력에 적극 참여해 우리나라의 국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다수 한국은행 임직원들이 주요 20개국(G20),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안정위원회(FSB), 바젤회의 등에 참여해 그 결과를 우리 경제·금융계에 전달하고 그 반응을 다시 국제회의에 보고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경제주체들이 세계경제 변화에 대비해 적절하게 준비하도록 돕고 동시에 우리의 경제여건이 정책이나 규제의 결정과정에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이러한 기여가 우리 경제의 제도를 국제규범에 맞도록 개혁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는 부작용을 가져오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행 임직원 여러분, 내년에는 대외적 환경의 변화에 못지않게 한국은행의 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대외환경이 급변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사전에 세워놓은 원칙에 맞춰 정책을 경직되게 수행하겠다는 것은 그렇게 현실적이지 못하고 또한 현명하지도 않은 전략입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의한 정책실패에 따른 하방 위험이 매우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선진경제가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면 우리는 대외경제 여건의 호조에 따라 어느 정도의 성장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 내부의 장기적 성장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매진한다는 방안을 채택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우리들 앞에 어떤 도전 과제들이 놓여 있다고 판단하나요. 중앙은행으로서 통화·신용정책의 효과성과 효율성에 대해 면밀하게 주의하면서 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G4경제권이 앞으로 당분간 서로 다른 정책을 취하면서 계속 새로운 수단들을 개발할 기능성이 높다는 점과 그동안 누적되어왔던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의 수행에 따른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에 관하여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경제의 시각에서는, 양적완화정책이 위기 탈출에는 기여하였을지 몰라도 신흥경제를 포함하는 지역경제에 따라서는 부정적 파급영향에 따른 불균형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제반 조치들이 필요했다고는 하겠으나, 이러한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는 만연하지 않았는지, 다른 한편에서는 과연 현금의 조치로 시장의 규율은 당초 위기재발방지에 필요하다고 판단된 기대 수준만큼 세워졌는지, 또한 대마불사의 행태는 불식될 수 있겠는지 등의 의문들이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위기극복 비용의 사회화(socialization of costs)가 이뤄져 다양한 형태의 부채가 증가하게 되었는데, 개별 주체들은 책무를 지지 않으면서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처리해야 하는 이 문제들은 어떤 비용을 치르면서 해결될 수 있을는지도 우리에게 부담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또한 비록 양적완화축소결정이 미 경제회복에 대한 판단에서 비롯됐겠으나 아직도 학계 일각에서는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흑자국가들의 과잉저축에 따른 글로벌 불균형, 고령화, 생산성 하락, 자본재 상대가격하락에 기인한 단기적 투자규모의 감소 등 다양한 요인들이 지적되고 있으며, 향후 이러한 논의의 전개에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선진경제에서는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 forward guidance)정책이 풍미하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가 이것을 수행하는 것이 적정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우리도 이것을 오랜 기간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편 이러한 정책수단의 활용으로써 통화정책의 투명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했지만 경제에 대한 전망이 부정확함에 따라 오히려 중앙은행의 신뢰마저 위협받게 될 위험마저 대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선진경제에 비해 전망 작업이 매우 어려운 우리에게 이러한 정책을 시도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으며, 우리의 전망능력을 시급히 함양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대두되고 있는 것입니다.
말할 나위 없이 이러한 이슈들을 제기하는 것은 중앙은행 본연의 책무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과의 연관관계를 잘 이해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지난 1년여간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제의 하한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경제성장 추세, 인플레 기대심리, 임금상승률 등의 변화추이를 전망해 볼 때 우리 경제가 저물가나 디플레를 경험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경험적으로 타당하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에게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최근의 저인플레 상황이 국제유가와 원자재 및 곡물가격의 하향추세에 주로 기인하고 국내적으로는 정부의 무상보육 및 복지정책에도 부분적으로 기인한다는 점을 경제주체들에게 잘 인식시켜야 할 것입니다.
지난 한 해의 업적을 회고해 보면, 한국은행의 업무영역에서 지평을 새로 열거나 확대해야 할 부문이 다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내외적으로 눈에 두드러지게 한국은행의 활동을 알리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고 자평할 수 있습니다. 이코노믹 클럽 오브 뉴욕(Economic club of New York), G30, IMF 특별국제심포지엄과 같이 명망 높은 국제회의에서 한국은행의 의견이 제시됐고, 국내적으로도 한국경제학회에 통화정책의 여건변화 및 도전과제에 관한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학계에 한은의 입장을 알리는 기회로 적극 활용했으며, 이 모든 일들이 한국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활동이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지난 한 해는 원화 국제화의 시동을 걸었다고 사료됩니다. 중국인민은행과의 통화스왑 중 일부를 무역결제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이를 정착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자원부국인 아랍에미레이트연합국(UAE), 말레이시아 등과 통화스왑을 맺어 이 역시 무역결제를 확대하는 길을 텄고, 같은 맥락에서 인도네시아와도 통화스왑을 맺기로 합의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국가들과 이러한 중앙은행 차원에서의 금융협력을 확대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은 큰 틀에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통화스왑 상대국가에도 금융위기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금융안전망의 기능도 동시에 수행하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둘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정책과 금융중개지원대책의 일환으로 수행되고 있는 신용대출지원 및 영세자영업자지원 프로그램은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으며, 중소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및 기술형창업지원 등의 기능은 신용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분배의 악화가 야기될 위험이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경제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러한 분야에서의 중앙은행의 기여도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시기인 것입니다.
셋째, 금융안정 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제규범작성에 우리나라의 국익을 대변하는 역할도 강화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5년 동안 바젤III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에 관한 장단기 규제가 수립돼야 할 것이므로 우리 금융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이러한 과정에 더욱 적극 참여할 계획입니다.
넷째, 지역본부의 이니셔티브로 '골든 북'이 발간돼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정책경험이 지역경제의 발전을 위한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추진한 과제입니다. 한편에서는 지역경기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일 뿐 아니라 각 지역마다 다양한 현안과제를 심층 분석하여 지역경제발전전략 수립에 기여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창간을 위한 초기단계에서는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미연준의 베이지 북 등을 참고했습니다만, 머지않아 전 세계적으로 한은고유의 보고서로 명명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닦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통화신용정책 수행이외에도 16개 지역본부를 갖고 있는 한국은행 특유의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더욱 심화돼 왔습니다. 향후의 과제는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 즉 소비와 투자가 더욱 진작되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며, 통화신용정책도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러한 정책기조와 일관성을 갖고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국민의 후생증진과 고용확대를 위해서도 내수의 확충은 필요할 것입니다. 올해의 경우, 해외직접투자규모가 외국인직접투자규모의 3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해외로의 진출이 새로운 기회의 창출이란 면에서는 바람직하겠으나 국내 생산요소의 상대가격이 국제 수준에 비해 높은 것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은 향후 우리의 분석의 대상이 돼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행 임직원 여러분, 지난 1년을 회고해 보면, 과거 수년간 그랬듯이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무엇보다도 직원의 능력개발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며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목표에 부합하도록 인재개발원 교육·훈련시설을 획기적으로 근대화시켰습니다. "일 년을 살려거든 곡식을 심고, 십년을 살려거든 나무를 심으며, 백년을 살려거든 인재를 키우라"는 옛말이 새삼스레 마음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최첨단 시설을 이용해 교육훈련을 매우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고, 이제는 국실 인원들이 모두 함께 모여 논의할 장소도 마련됐습니다. 직원들의 연구·분석활동도 매우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한국은행을 대표하는 7대보고서가 영문포함 21건, BOK 이슈노트·경제리뷰·경제연구 자료가 64건 등 총 436건의 자료가 발간됐습니다. 이 중 거의 절반이 지역경제에 관련된 분석이었습니다. 한편 국제회의 관련 행사도 큰 폭의 증가 추세를 보였습니다. 2010년에는 단 12건이던 국제회의행사개최가 2013년에는 세배가 넘는 39회에 이르렀고, 현재 95개에 이르는 위원회/포럼/실무그룹/태스크포스 등의 국제회의체에 119명의 직원이 참여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골든 북의 창간은 모든 지역경제권에서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하여 옴으로써 성공하였다는 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며, 지역본부의 잠재능력을 발휘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지역본부에서의 조사연구기능의 중요성이 인식됐고, 서로 협조하는 분위기도 조성됐으며, 외국기관과의 공동연구도 수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들이 활발하게 진행됐습니다. 물론 지역본부직원들의 자존심을 회복시킨 것도 큰 수확이라고 믿습니다.
한국은행 아카이브(archives) 구축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것도 지난해에 이룬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연구원이 주축이 되어 지난 수년 동안 전 부서에서 수행한 분석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으며, 외자운용원은 독자적으로 데이터베이스와 업무기술서를 포함하는 자체적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으며, 이는 한은 아카이브에 위성(satellite) 아카이브로 연계되어 활용될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현상이 중앙은행이 학계(academia)보다 더 학구적(academic)인 지식기구(knowledge institution)가 돼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비전통적 수단들이 중앙은행에 의하여 개발되어 실행되었으며 이 수단들의 시장에 미치는 영향들도 중앙은행이 분석해 대안들을 계속 진화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위기극복에 기여하게 된것에 연유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아카이브의 존재라고 믿습니다. 한국은행에서도 머지않은 장래에 한 단계 더 심도 높은 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먼 훗날 되돌아 볼 때, 선진일류 중앙은행이 될 토대를 지금의 우리가 닦아 놓았다고 평가받을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진정 지식과 정보의 보고가 될 때, 한국은행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역사적 의의가 큰 걸음을 내딛었다고 자부합니다.
사랑하는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 지난 몇 년간의 노력으로 한국은행의 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진취적이며 적극적인 기풍이 진작되고 있다고 여깁니다. 국제적 안목과 미래지향적인 사고가 정착돼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대내외적으로 협력기반도 확충되었지만 경쟁적으로 활동하는 분야도 커졌습니다. 다양한 사고가 서로 충돌하고 논의되면서 조화를 찾아가는 풍토도 조성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난 몇 년 동안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중의 하나가 구성원들간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매우 큰 결실을 봤다는 점입니다. 직급에 구애받지 않고 토론하는 문화도 정착돼가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과거에 거론되던 폐쇄성·보수성 등의 특성이 더 이상 회자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직원 개개인의 수월성의 중요성이 인식되는 증거라고 생각하며, 개인의 수월성을 위한 연마에 계속 정진한다면 한은 직원들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앞에는 전 직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제도와 정책의 적절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를 갖게 됐습니다. 시대적 환경이 달랐을 때 당시 여건에 적합한 목적에 의해 도입되고 운영되었던 제도들이 지금도 그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지에 대해 재점검을 시도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위기의 와중에 제도를 개혁한다는 것에는 위험이 따르지만 위기가 극복된 이후에는 새로운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실물 및 금융부문의 국제화를 처음 시도할 당시의 제도나 정책이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면 이는 경제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은 자명합니다. 만일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가 작동되게 되면 실제로는 경제를 과거 회귀적으로 만들던지 아니면 미래로 발전하는데 장애로 작동하게 될 위험마저도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금융·외환·자본시장부문 관련해 전반적으로 장기적 비전을 세우면서 검토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봅니다. 구체적인 제도들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세심한 검토가 뒤따라야 하겠습니다만, 경제발전 각 단계에서 한국 특유의 사정으로 도입된 제도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으며,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이겠으나, 우리 경제의 발전수준과 국제적 규범과의 적합성에 대한 분석들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미래의 중앙은행의 역할과도 긴밀하게 연결된 문제라고 판단됩니다.
통화당국의 업적평가에 관하여 국제적으로 거론되는 화두는 커뮤니케이션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그 중요도는 선진경제에서 더 높다고 할 수 있겠으나 시간의 경과에 따라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고 보며, 모든 경제주체와 중앙은행 업무 전반에 걸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제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은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이슈를 이미 예상해 선진경제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2년 초부터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해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부서의 운영의 성공여부는 조직의 전 부서와의 융합과 네트워킹을 여하히 잘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독립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며, 조직업무 전반을 파악하고 이해할 능력과 열의가 성공적 운영의 전제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에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이즈는 나타나게 마련이며 통화정책은 노이즈 대비 시그널의 비율을 높이도록 추진돼야 하며,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정책이 보완적 기능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우리 조직의 매우 특유한 고령화현상은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입니다만, 2200명 정도의 직원 중에 3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600명을 넘으며, 20~29년 근속직원도 거의 500명 정도에 달하여 전체직원의 절반 정도가 20년 이상 근속하고 있습니다. 1~4급 직원 1150명 정도 중에 30년 이상 근속자가 300명을 넘습니다. 아마 우리 주위에서 찾아보기 쉽지않은 인력구조라고 하겠습니다. 지난 3년간 인사 및 조직관리 정책의 최대 어려움이 바로 조직운영의 젊음을 회생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다른 조직과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고령화된 특성의 국가나 조직이 어떠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를 경험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근무규율을 적용하여 생산성을 계속 높여나가는 것만이 이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년퇴직하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경험을 살려 조직과 국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가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중앙은행으로서 이러한 원칙아래 엄격하게 일하는 관행을 정착시키는 데에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개혁하는 노력을 부단하게 지속해야 한국은행이 사회로부터 유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국은행의 위상은 우리 스스로 세워나가야 합니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남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스스로에게 적용할 용기와 겸손함이 있어야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열린 사고와 관행으로 대내외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우리 자신을 연마하게 됩니다. "한은은 나에게 무엇이며 나는 한은에 누구인가?" 한시도 잊지 말고 물어봐야 합니다. "만일 내가 없어도 조직이 잘 돌아간다면?"이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생활하는 습관을 들이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발전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쉬운 길이란 나에게 익숙한 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과거로부터 해오던 일을 답습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근무기간이긴 경우가 짧은 경우보다 현재의 조직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조직의 미래는 젊은 직원들에게 달려 있으며, 따라서 앞으로 오래 근무할 젊은 직원들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그야말로 후생가외(後生可畏)를 현실화 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더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며, 이러한 노력이 결과적으로 조직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선순환을 정착시키는 첩경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단합해서 어려운 길을 택해 "미래로 세계로" 나아갈 때, 우리 앞에는 영광된 날들이 펼쳐질 것입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것입니다. 2014년은 靑馬의 해라고 합니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한은 가족 모두에게 국가경제발전과 한국은행의 융성보다 더 큰 행운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 몇 년 동안 뿌려놓은 씨앗에서 수확하려 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씨앗을 뿌리는 관행이 정착되는 2014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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