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세밑이지만 여전히 스산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간 적잖이 당황한 국민들은 단언컨대 여전히 안녕들 하지 못하다. 이 느낌은 오래전부터 알았으니까.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13년, 경제·사회·연예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유행어가 탄생했다. 특히 각종 사회 현상을 꼬집고 비트는 풍자와 해학이 돋보였다. 그리 무겁지도, 어렵지도 않은 방식으로 현실을 비판해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또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이 유행어를 퍼나르면서 '롱텀에볼루션(LTE)급 속도'로 빠르게 전파됐다. 올해 회자됐던 유행어를 짚어봤다.
◆"안녕들 하십니까"= 고려대 경영학과 대학생 주현우씨가 학내 게시판에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는 연말을 뜨겁게 달궜다. 단순한 일상의 언어지만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아날로그 방식의 대자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며 전국의 대학가, 중·고등학교, 해외 한인사회까지 뻗어 나가며 '안녕' 신드롬을 이끌어냈다. 일부 보수단체의 반발로 대자보가 훼손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익명성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의 적극적 사회참여 운동에 불씨를 지폈다는 평가다.
◆"단언컨대"=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팬택 '베가 아이언' 광고 끝자락에 등장한 내레이션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간결하면서 단호한 광고 카피가 배우 이병헌의 무게감 있는 목소리와 만나 흡인력을 발휘했다. 이 광고를 패러디한 팔도 '왕뚜껑' 광고는 또 한번 '단언컨대' 열풍을 일으켰다. 개그맨 김준현의 표정 연기에 "단언컨대, 뚜껑은 가장 완벽한 물체"라는 멘트로 화룡점정을 찍은 이 광고는 마치 하나의 개그 프로처럼 폭소를 자아냈다.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 50만건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주목을 끌었고, '왕뚜껑'은 전월 대비 30% 이상의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코너 '황해'는 보이스피싱으로 '밥벌이'를 하는 어설픈 중국 동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방송이 나가기 전 이미 "당황하셨어요?"를 연발하는 보이스피싱 사례가 담긴 녹취록이 온라인과 SNS상에 퍼지던 차였다. 다소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보이스피싱이라는 사회문제가 유쾌한 개그로 승화한 것이다. 특히 조선족 말투와 표준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개그우먼 이수지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느낌 아니까~"= 개그우먼 김지민은 개콘의 '뿜엔터테인먼트'에서 "느낌 아니까~"라는 유행어로 인기몰이 중이다. 김지민 연기력과 특유의 '백치미'가 만나 무대 뒤 거만하고 가식적인 여배우의 실상을 재치있게 담아냈다. 일상의 대화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행어로 등극하는 데 한몫했다. 또한 김지민은 이 여파로 올해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 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데뷔 7년 만에 인기 개그우먼으로서의 느낌을 제대로 알게 됐다.
◆"암세포도 생명인데…"=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다. 죽을 운명이면 치료 받아도 죽는다. 암세포도 생명인데 내가 죽이려고 생각하면 그걸 암세포도 알 것 같다. 내가 잘못 생활해 생긴 암세포인데 죽이는 건 아닌 것 같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나온 대사가 아니다. 임성한 작가의 MBC '오로라 공주'에서 주연 설설희(서하준 분)가 암치료를 거부하며 남긴 변(辯)이다. '오로라 공주'는 1년 내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막장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다가 결국 '암세포 생명론'까지 펼쳤다. 하지만 이러한 세간의 혹평에도 드라마는 종영을 앞두고 시청률이 20%대까지 올라가며 지칠 줄 모르는 '임성한 파워'를 보여줬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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