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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치닫는 터키 에르도안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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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이슬람 민주주의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터키는 집권 정의개발당(AKP) 내 권력 다툼으로 극심한 정국 혼란을 겪고 있다. 급기야 25일(현지시간) 에르도안 총리는 부총리 1명과 장관 9명을 교체하는 사실상 전면 개각에 나섰다. 측근들이 핵심 각료로 들어서면서 터키 국민의 반발을 더 키워 정국은 더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이스탄불 탁심 광장의 게지 공원 재개발 문제를 둘러싼 충돌은 이슬람 세력과 세속주의 세력의 충돌로 비쳤다. 혼란은 이제 에르도안 총리를 지지한 이슬람 세력 간의 내분으로 번져 '에르도안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에르도안은 터키 최초의 3선 총리다. 새해가 되면 집권 12년째를 맞이한다. 에르도안 총리가 처음 집권했던 2003년 터키의 국내총생산(GDP)은 3030억달러였다. 지난해 GDP는 7893억달러를 기록했다. 160% 확대된 것이다. 이슬람주의를 기반으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에르도안의 터키식 모델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최고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양 극단으로 엇갈리고 있다. 에르도안을 비난하는 이들은 그가 점차 권위주의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독재라고까지 표현되는 에르도안의 폭주는 6월 반정부 시위의 발단이 됐고 이제는 그의 든든한 정치적 배경이었던 이슬람 세력 일부도 등을 돌리려 하고 있다.


발단은 에르도안 총리가 주장한 사립 학교 폐지안이다. 그는 교육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사실은 AKP 내에서 그에게 반발하고 있는 페툴라 귤렌의 세력을 억누르기 위함이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이맘(이슬람 성직자) 귤렌은 중도 이슬람주의 운동 '히즈메트'를 이끌고 있다.


귤렌은 에르도안 총리의 든든한 정치적 후원자였다. 그는 에르도안이 AKP 창당에 나선 2001년부터 AKP를 지지했던 인물이다. 지금도 히즈메트 세력이 AKP 내에서 한 계파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면 충돌하고 있다.


히즈메트는 터키 사립학교의 25%가량을 운영하고 있다. 사립학교는 히즈메트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재정적 수입을 올리는 근간인 셈이다.


에르도안이 사립학교를 공격하자 히즈메트 세력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조계를 동원했다. 기업 비리 단속에 나서며 수십명의 기업인을 구속했다. 구속된 기업인 중에는 현직 무아메르 굴러 내무장관, 자페르 카글라얀 경제장관, 에르도안 바이라크타르 환경부 장관의 아들 3명도 포함됐고 이들은 25일 오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의 권력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그가 지난 8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터키 헌법은 총리의 3선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 에르도안은 총리 후보가 될 수 없다. 이에 에르도안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대통령 권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잡지 포린 어페어스의 다니엘 돔베이 기자는 "에르도안의 강력한 권력은 지난 10년간 터키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경제를 더 나쁘게 만들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은 경제 권력을 집중화시켰고, 비판 세력을 침묵하게 만들었으며 통신회사 터크셀(Turkcell) 같은 대기업에 자신의 측근을 앉혔다. 이 때문에 터키 정부의 투명성,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고 정부 안정성도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돔베이는 꼬집었다.


당장 내년 3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는 에르도안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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