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두산그룹 회장이 성탄절을 앞두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박 회장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22일 펴낸 '서울주보'에 '성탄 선물'이라는 글을 실었다. 주보(週報)란 가톨릭 교회에서 매주 발행하는 일종의 잡지로 성직자나 신자들의 글이 실린다.
박 회장은 "제가 열 아홉살 때 아버지께서 하늘로 가셨다"라며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족히 2년은 '날개 부러진 새'처럼 지냈다"고 회고했다. 박 회장 아버지인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은 1973년에 폐암으로 별세했다.
하지만 5년 후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점차 사라져갔다. 아버지와의 기억을 잃는 '두번째 이별'이었다. 박 회장은 "아버지의 얼굴도 부옇게 빛바랜 사진 같은 모습으로 남아 아무리 애를 써도 또렷한 모습으로 떠올리기 힘들었다"면서 "그렇게 아버지를 두 번 잃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중년이 돼 어느 성탄절에 성당을 찾았다. 늦게 도착한 터라 맨 뒷자리에서 미사가 얼른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성가를 부르며 숨을 들이쉴 때마다 솟았다 내려앉는 앞 사람의 어깨가 참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익숙한 어깨는 바로 아버지의 어깨.
박 회장은 "그토록 떠올려 보려 애를 써도 멀어져가며 사라져버린 기억 몇 조각이 홀연히 돌아왔다"면서 "기적의 선물처럼 작은 기억들이 돌아왔다"고 했다. 특히 검버섯이 가득하고 두터웠던 아버지의 손, 옳지 않은 일을 대하고 화가 나셔셔 앙다문 입술의 모습까지.
박 회장은 "그 날의 일을 지금도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가득해진다"면서 "아버지를 두번이나 데려가신 하느님께서, 성탄절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선물처럼 돌려주셨다"고 했다.
두산 오너 일가는 박두병 창업주때부터 독실한 천주교 집안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박 회장의 세례명은 실바노다. 박 회장은 지난 8일 발행된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보에서 절주를 하게 된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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