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어르신,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깔깔대며 웃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활짝 웃으세요."
20일 오전 서울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장수사진 촬영 행사'가 열렸다. 복지센터 별관 교육실에 마련된 간이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50여명의 어르신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복지센터를 통해 미리 신청을 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아시아경제 사진부 기자들이 장수사진을 촬영한 것.
영하 8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 속에도 어르신들은 언 손을 호호 불며 행사장에 들어섰다. 이날 장수사진을 찍은 어르신들은 복지센터에서 연극, 가야금, 합창 등 각종 문화ㆍ예술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는 70~80대다. 미소를 유도하는 백소아 기자의 말에 할아버지가 "하하하" 너스레를 떨며 소리내 웃자 지켜보던 어르신들도 따라 웃으며 행사장엔 웃음꽃이 피었다.
이번 촬영에 필요한 한복, 양복 등 의상과 소품, 메이크업은 '반포장수사진봉사단'의 지원을 받았다. 반포장수사진봉사단은 8년 동안 독거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무료로 촬영해주고 있는 민간 봉사단체다. 행사장 한쪽에서 봉사단은 손수 어르신들의 머리를 빗겨주고 화장을 했다. 메이크업을 담당한 주창미(49)씨는 "장수사진을 찍는 봉사를 할 때 어르신들이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보람을 느낀다"며 "봉사는 내 삶의 의미"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오전 9시 행사가 막 시작된 후 채 10분도 되지 않아 열댓 명의 어르신들이 몰려 행사장은 가득찼다. 가장 먼저 행사장에 도착한 홍성언(80) 할아버지는 빨간색 나비넥타이를 골라 한껏 멋을 내며 "이런 건 난생 처음 해본다"며 "덕분에 멋쟁이 됐다고 자랑해야겠네"라고 말했다.
센터에서 가야금 수업을 듣는 윤이남(68) 할머니는 흰색 저고리와 빨간색 치마를 골랐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윤 할머니는 "하루라도 젊을 때 사진을 남겨놓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 오늘 찍은 사진은 거실에 걸어 놓을 것"이라며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소녀처럼 웃었다. 할머니는 한 복지관에서 뮤지컬 배우로 남편과 함께 무대에 섰던 휴대폰 배경사진을 자랑하듯 보여줬다.
촬영한 사진 중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미소가 담긴 사진을 골라 액자에 담아 이달 말 센터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배부할 예정이다.
한편 본지는 지난달 연재한 기획 시리즈 '그 섬, 파고다'에서 종로 파고다ㆍ종묘 공원과 그 안에 담긴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노인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뤄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섬 파고다'는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제279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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