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20주년 잔치에 불구, 박중흠 사장 "경영정상화가 먼저"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엔지니어링은 신경영 20주년 특별 격려금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경영 실적이 좋아지면 그때 다시 격려금 지급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20일 삼성그룹이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특별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밝힌 가운데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회사 정상화 시점까지 격려금 지급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박기석 사장 경질 이후 사령탑을 맡은 박 사장이 3분기 실적 악화와 관련해 컨퍼런스콜에 참석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 데에 이어 이번에는 격려금 지급까지 보류하며 회사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분기 2198억원, 2분기 887억원, 3분기 74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누계 영업손실은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의 연간 영업이익은 7323억원이었다. 단 3개월 동안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모두 날린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한때 삼성그룹 계열사 중 초고속 성장을 했다. 지난 2007년 매출 2조2689억원, 영업이익 1487억원을 기록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은 2009년 각각 4조354억원, 3254억원을 내며 호실적을 이어간 뒤 지난해에는 각각 11조4402억원, 7323억원으로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해외 공사 수주를 집계하는 ENR 순위서도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5위에서 올해 13위로 뛰어 올랐다. 글로벌 건설회사 순위도 2009년 35위에서 지난해 14위까지 급등했다. 실적이 급격하게 하락한 까닭은 건설경기가 나빠지며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덤핑 수주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과거 수주했던 계약에 문제가 발생하며 거액의 손실이 발생했다. 삼성전자 출신의 혁신전문가들이 긴급히 '경영선진화 TF'에 합류하며 과거 수주된 계약들의 이상 유무를 판단하고 있지만 적자 리스크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업의 특성상 통상 2~3년간의 공사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도 2~3년간은 적자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박 사장은 최소 2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엔지니어링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서울 도곡동 옛 사옥인 SEI타워와 역삼동 글라스타워 지분 34%를 매각해 총 1600억원 정도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향후 해외 프로젝트와 관련해선 수익성 위주로 보수적인 접근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경영선진화 TF에선 과거 수주된 공사 계약을 면밀히 재검토 하고 있다. 일단 계약 먼저 하고 보자는 관행을 없애고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박 사장이 직접 나서 임직원들에게 회사 정상화 이후에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며 독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격려금은 경영 성과에 관련 없이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했지만 박중흠 사장의 의지가 강해 삼성엔지니어링만 경영 정상화 이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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