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복 전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을 원전본부장에 임명
한수원에도 삼성 DNA를…조석의 인사개방 실험
내년까지 31개 실무 처·실장급 절반 외부인재 영입
'순혈주의' 타파·3대 경영혁신 통해 원전 마피아 뿌리뽑기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조석 사장이 이끄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상 처음으로 삼성 부사장 출신을 주요 보직인 원전본부장에 앉히는 등 원자력 순혈주의 타파에 나섰다. 내년까지 실무진인 31개 처·실장급의 절반을 외부 인재로 채울 계획이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19일 "조직과 인사, 문화 혁신 등 강도 높은 3대 경영 혁신 활동을 통해 원전 비리를 원천적으로 근절하고 원전 안전성을 대폭 높이며 지속적 혁신 활동을 가속화할 방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수원은 조 사장 취임 이후 직원들로부터 '꼭 바꿔야 할 점'을 물어 600건 이상의 의견을 받았다. 이번에 내놓은 3대 경영 혁신은 한수원의 변화를 원하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의지를 최대한 반영했다는 것이 조 사장의 얘기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수원의 폐쇄성을 버리고 소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인재 영입을 확대한 점이다. 이를 통해 조 사장은 한수원 비리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돼 온 '원전 마피아'를 근절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9월 기획본부장 등 고위 간부 8명을 외부에서 영입한 데 이어 이달에만 5명을 추가로 뽑았다.
특히 이번에는 원전본부장에 손병복 전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손 본부장은 삼성엔지니어링에 근무할 당시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경영혁신팀을 이끈 인물이다.
또 한수원은 대변인 제도 신설과 함께 홍보실장 자리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을 선발했다. 방사선보건연구원장에도 여성 간부를 앉혔다.
원전 비리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품의 공급망과 품질 관리에 보다 신경을 기울이기로 했다. 기능 강화와 함께 권한을 부여하면서 책임감을 높이겠다는 것이 조 사장의 복안이다.
구매 업무 담당 부서인 구매사업단에 부품 원가 조사와 협력사 관리 기능을 신설하고 발전·건설 계약 업무를 통합하는 등 구매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또 품질보증실을 품질안전본부로 격상하고 현장 근무자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설비본부를 엔지니어링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원전 지역본부별로 엔지니어링지원센터를 신설해 원전 고장에 대한 사전 예방적 대응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은 "설계를 제대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역량을 자체적으로 키울 것"이라며 "엔지니어링 역랑 강화에 최대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원전 설비 관리·정비 인력을 최대한 확충하는 등 발전소 현장 중심의 인력 운용도 확대한다. 올 초 본사 인력의 22%인 272명을 현장으로 배치한 데 이어 추가로 219명을 원전 사업소에 보낼 예정이다.
재무구조개선팀을 신설하고 전사적 투자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과잉 투자 문제를 해소하고 경비 절감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조 사장은 "최근 600억원짜리 신규 투자 건을 놓고 한 차례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었는데 재무팀에는 '사업 추진이 안 되는 이유를 찾으라'고 주문했고 사업팀에는 '되는 이유를 어필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앞으로 50억원 이상 투자 건은 투자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 불필요한 투자를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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