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팀 주업무, 회장 비자금 관리” 정황 드러나
[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탈세·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7일 첫 공판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김용관)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 출석한 이 회장은 오전 내내 마스크를 쓴 채로 자리를 지켰다. 모자와 목도리 등으로 온몸을 감싼 채 부축을 받으며 법정으로 걸음을 옮긴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오전 공판만 출석한 뒤 휠체어에 올라 법원을 떠났다. 이 회장은 재판장의 묻는 말에 곧잘 대답하고 간간이 고개를 끄덕여가며 검찰의 서증조사절차를 지켜보는 등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공판에서는 검찰이 관련자들의 진술조서 등을 공개하며 이 회장의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특히 수사의 단초가 됐던 이지영 전 CJ 재무팀장의 USB 자료, 편지 등이 공개됐다.
재무팀에 속해있으면서 이 회장 개인 재산을 관리해온 이지영 전 팀장과 관련한 자료를 통해 그룹 재무팀의 주된 업무가 이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증식하는 것에 맞춰졌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 회장 측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되 각각 혐의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툰다는 기존 입장을 이어갔다.
오후 공판에선 이 회장의 횡령 혐의와 관련한 증인 조모씨와 정모씨에 대한 신문이 진행된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이재현 피고인은 심한 감기 증상으로 2시간 이상 외출이 어려워 돌아갔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 등에 대한 공판을 신속하게 진행해 내년 2월 중순쯤 판결을 선고할 계획이다. 내년 2월 있을 법원 인사와 피고인들의 구속기간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회장은 CJ그룹 임직원과 짜고 6200억여원의 국내외 비자금을 조성·운용하는 과정에서 546억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963억원 상당의 국내외 법인 자산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신장이식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고 바이러스 추가 감염 우려를 이유로 그 기간이 연장돼 내년 2월28일까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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