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절감 위해 스마트폰 OLED 패널 인하 요구…출하량 감소땐 부품사만 타격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삼성전자가 부품 계열사에 고강도 단가 인하 압박에 들어갔다.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고가 스마트폰에 집중하던 기존 전략을 수정해 원가 절감에 나선 것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에 내년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가격 40%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고가 스마트폰에 OLED 패널을, 중저가 제품에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쓰는 전략을 취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가 제품에서도 OLED 패널 가격 인하를 통해 시장점유율 수성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 저가 스마트폰업체의 물량 공세에 못 이겨 애플 등 선두 업체들이 중저가 제품 공급에 나서면서 삼성전자도 고육지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가격을 맞추기 위해 모든 부품에 40% 원가를 절감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고사양 스마트폰을 중가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내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크게 확대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내년 스마트폰 매출이 올해와 비슷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매출은 40% 급감하게 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OLED넷은 이 경우 OLED TV와 태블릿 등에 들어가는 패널 물량을 감안해도 내년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매출이 올해보다 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OLED의 성장세에 제동을 걸며 OLED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휘는(플렉시블)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패널을 탑재한 태블릿PC를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단기간에 공급 물량 확대는 어려운 실정이다. 곡면 OLED TV 역시 초고화질(UHD) TV 등에 밀려 차세대 TV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최대 거래처이자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OLED 패널 가격 인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용하자니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협상을 통해 패널 가격을 조정하겠지만 40%까지 인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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