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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1년]上-'엔低' 탄 아베, 일본경제 살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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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오는 16일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회생정책인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세상에 등장한 지 1년이 된다. 아베노믹스는 지난해 12월16일 일본 총선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같은 해 12월26일 취임 전부터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약속했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일본 경제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막대한 정부 지출과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값이 떨어지면서 수출 기업의 실적은 대폭 늘고 일본 주식시장은 호황이다. 그러나 '엔저 현상'으로 에너지를 비롯해 수입물가가 폭등하면서 일본 국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세계 최대 부채국인 일본이 아베노믹스에 따라 정부 지출 확대 차원에서 국채를 계속 발행하면서 일본 국민의 어깨는 더 처지고 있다. 특히 올해 3분기 들어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경상수지 적자폭은 늘었다. 아베노믹스가 '일본병'의 근본 치료법이 아니라는 지적은 여기서 비롯된다.
아베노믹스가 이웃인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취임 1년을 맞은 아베노믹스의 명암과 향후 전망에 대해 조명해본다.


[아베노믹스1년]上-'엔低' 탄 아베, 일본경제 살렸지만…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거래소에서 닛케이225지수가 엔화 약세로 6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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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은 일본 주식시장에서 가장 역사적인 달이었다. 당시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해지면서 도쿄 주식시장의 랠리가 시작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최근까지 70% 넘게 오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오른 주가 기록을 세우고 있다. 1980년대 거품이 꺼진 이후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한 일본 주식이 백조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아베 총리가 취임 1년간 일군 성과인 셈이다.


아베 총리는 집권 직후부터 강력한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를 폈다. 정부의 지출 확대와 구조개혁, 무제한 양적완화 등 이른바 '세 개의 화살'을 통해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소생시키겠다는 정책이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정부 지출이 대폭 늘어난 데다 중앙은행(BOJ)의 계속된 엔화 찍기로 시중에 자금이 넘쳐났다. 그 결과 일본 엔화 가치는 폭락했고, 값싼 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려가면서 주가를 띄웠다. 엔화 가치는 지난 9일 달러당 103.52까지 떨어지면서 5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의 성장 동력인 수출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려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선순환을 일으켰다.

금융시장만이 아니다. 주식시장과 함께 폭락했던 부동산 시장도 살아났다. 일본 전역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22년 중 20년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경제 전망이 밝아지고 BOJ의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 이후 유동성이 쇼핑센터와 창고, 사무용 건물 등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면서 부동산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호황기를 맞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7~9월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을 보면 조사 대상의 3분의 2가량이 오름세를 보였다. 올해 9월까지 부동산 투자 규모는 2조8400억엔(29조원 상당)에 달하며 이미 전년도 실적을 넘어섰다.


실물경제 흐름을 보여주는 경제성장률도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4분기 1% 정도에서 올 2분기엔 4%(연율) 선으로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일본담당인 제리 시프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아베노믹스 시작은 아주 좋았다"고 평했다.


아베노믹스가 승승장구한 데에는 주요 선진국의 엔저 용인의 도움이 컸다. 올해 초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선 BOJ의 돈 찍기가 디플레이션 탈출용이라고 인정하며 사실상 엔저 정책을 용인했다.


미국은 더욱 노골적으로 일본 편들기에 나섰다. 최근 발간된 미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는 독일과 한국 정부의 환율개입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한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우려만 표명했다. 국제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미국이 엔저를 눈감아 주고 있다고 분석된다.


정치적 배경은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 비상 중인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 중심축 이동 정책과 맞물려 일본과 동맹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일본 편들기에 나섰다.


또 일본 경제의 회복은 미국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미국의 엔저 용인 배경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 경기 회복세에 일본 경제의 부활이 보탬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부임한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는 "강한 일본 경제가 미국의 국익"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 미국의 중간선거까지 엔화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달러 대비 엔화가 달러당 12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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