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한 판매자가 환불을 요청한 구매자에게 '음란물'을 보내고 잠적하는 등 이른바 '먹튀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인터넷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인 '더치트'에는 북 디자이너 최모(44·여·서울 불광동)씨의 피해 사례가 올라왔다. 최씨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판매자에게 환불을 요청하자 음란동영상과 남성의 성기 사진을 연달아 보낸 후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쏟아낸 것이다.
최씨는 "(음란물을 보고) 토할 것 같아서 밥도 못 먹었다"며 "내가 애가 둘이나 있는 아줌마인데도 심한 충격을 느꼈는데 어린 친구들이 당했으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고를 피하기 위해 음란물을 보내며 '나 이렇게 막 나가는 사람'이라는 위협을 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지난달 30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를 통해 북 디자인용 컴퓨터를 구매하려 했다. 물건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급한 마음에 입금부터 한 것이 화근이었다. 판매자와 통화를 하고 최씨는 우선 컴퓨터 가격의 절반인 45만원을 판매자에게 입금했다. 택배 송장을 보내주면 나머지 45만원을 입금하기로 했다. 판매자가 이틀 뒤 송장 사진을 보내오자 최씨는 잔금 45만원을 모두 입금했다. 하지만 컴퓨터는 4일에도 배송되지 않았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최씨는 송장에 적힌 배송번호를 택배회사에 조회했다. 가짜였다. 판매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모바일 메신저도 차단된 상태였다. 이후 남편의 아이디로 판매자에 접촉해 환불을 요청하자 판매자가 다른 전화번호로 이 같은 음란물을 보낸 것이다. 최씨는 일산경찰서에 판매자를 고소했다. 이미 판매자 서모씨 이름으로 8건의 고소장이 접수된 상태였다.
더치트에 따르면 최씨와 같은 '먹튀 사기' 피해 등록 건수는 지난달에만 2516건에 달했다. 최근에도 8월 2818건, 9월 2413건, 10월 2896건 등이 접수됐고 올해 월평균 피해 건수도 2500건을 훌쩍 넘었다.
피해품목도 다양했다. 맹모씨는 아이폰을 11만원에 판매한다는 말에 속아 돈을 입금했다. 판매자가 아이폰과 함께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함께 보내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금 후 판매자는 잠적했다. 또 윤모씨는 백화점 상품권을 7만5000원에 구매하려다가, 김모씨는 콘서트 티켓 2장을 27만원에 구매하려다가 사기를 당했다. 하모씨는 노트북을, 최모씨는 카메라를 구입하려다가 각 83만원, 46만원을 떼였다. 이들 모두 시중보다 싼 가격에 판매하는 물건을 사려고 돈부터 보냈다가 사기 피해자가 됐다.
박재승 더치트 부사장은 "온라인 직거래 시 우선 판매자 정보를 확인하고 안전결제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피해를 당한 경우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제2, 제3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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