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다. 선진국 대기업들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전 세계 어느 국가라도 진출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대기업들의 사업행태가 글로벌 양극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IT기업 '애플(Apple)'사의 예를 들어보자. 애플은 본인들이 판매하는 기기 생산을 전량 중국의 폭스콘(Foxconn) 등 해외 업체에 외주를 주고 있다. 중국에서는 선전 폭스콘 공장의 23만명 등 총 50만명의 근로자가 애플의 기기를 조립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애플의 미국 국내 고용 인원은 약 4만3000명으로 연구개발(R&D), 디자인, 마케팅 등 전문직이 중심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여러 이유로 해외공장 신설에 나서면 해당 국가의 괜찮은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선진국의 중산층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국 입장에서는 일자리의 증가, 소득의 증가 더 나아가서 중산층의 증가를 가져오게 된다. 실제로 이런 일들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 인도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선진국과는 다르게 지속적으로 중산층이 많아지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향후 20여 년간 늘어나는 전 세계 30억명의 중산층 중 90%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과 인도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중산층이 증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늘어난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의 사례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중국의 2010년 소비시장 규모는 약 2조달러였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의 예측에 의하면 2015년까지 그 규모는 3조80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산층의 증가와 함께 가계의 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통계청 발표를 보면 중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매년 10% 이상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최상위층, 상위층, 그리고 중상층의 소득이 각각 14.5%, 12.7%, 12.0% 증가해 중간층 이하의 소득보다 더욱 빠른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상위 3개 계층의 소비욕구는 매우 강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투자처는 소비재 기업 주식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선진국 소비재 기업들이 아시아 소비자들에게 더 각광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현지 소비재 기업들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 동안 벌어들인 현금으로 투자를 이어나가면서 이익이 증가하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기업들 중에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선두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중국의 텅쉰(Tencent)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아시아 소비재 기업들에 대해 긴 안목으로 장기 투자를 한다면 만족스러운 투자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해당 기업들에 대한 직접 투자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아시아 소비재 기업 투자 펀드들에 대한 간접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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