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마트 당 소속 몰라 12일 전범혐의 교수형...대규모 유혈시위,파업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방글라데시가 전범혐의가 인정된 야당 지도자를 처형해 내년 1월5일 선거를 불과 20여일 남겨놓고 정국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라면, 방글라데시 정부는 1971년 독립투쟁 당시 전범혐의가 인정된 압둘 카데르 몰라(65) 가 12일 밤 10시 카의 교도소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고 당국자들이 전했다.
몰라는 셰이크 하시나 총리 정부가 전범 혐의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처형된 인물이다. 대법원이 사형선고에 대한 그의 항소를 기각했고 몇 시간 만에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몰라는 올해초 특별 전범 재판소에서 살인과 강간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인권단체와 유엔은 이 재판에 대해 흠결이 많다고 비판했지만 방글라데시 사법당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파키스탄에 항거한 독립전쟁 동안 파키스탄군이 부역자들의 도움을 받아 300만명을 학살했다며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있다.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을 본뜬 자마트 당은 강력한 무슬림 파키스탄으로 잔류하는 게 좋다고 판단해 독립을 거부하고 전쟁 기간 동안 파키스탄군에 협력했다. 이에 따라 자마트당 지도자 등 13명이 최근 전범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았다.
방글라데시 민족주의자당 등 야당권은 하시나 총리가 부정부패와 선거개혁과 관련한 시급한 사안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전범을 이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시나 정부가 최근 들어 정적들 제거를 강화하면서 이에 반발한 유혈 가두시위와 야당 주도의 총파업,도로와 철도,항만봉쇄가 이어지면서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제 3당인 자티야당 의장이자 한 때 하시나의 동맹자였던 후세인 무하마드 에르샤드를 이날 가택 연금시켰다고 그의 가족들이 전했다. 에르샤드는 불공정한 선거라며 내년 1월5일로 예정된 총선을 보이코트하겠다고 선언했다.
몰라의 처형은 방화공격으로 수십명이 죽은 상황에서 폭력의 불에 기름을 부을 공산이 크다. 마부베이 알람 방글라데시 검찰총장은 “이번 형 집행은 방글라데시에 법치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몰라의 장남은 그의 처형 직전 “부친의 처용은 정치적 살인”이라고 비난했고 몰라가 소속한 자마트 에 이슬라미 당은 성명을 내고 “미리 계획인 대로,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의 청원을 무시하고 압둘 쿠아데르 몰라를 살해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성명은 지자들에게 자제력을 발휘할 것을 요청했다.
자마트와 다른 동맹 야당인 방글라데시 민족주의자당은 중립적인 관리 정부가 총선을 감독하도록 하시나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하시나 총리는 이를 거절하고 정적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날 방글라데시 당국은 유혈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보안을 강화했으며 수도 다카에는 국경 수비대가 배치됐다. 그렇지만 이날 방글라데시 정부가 몰라의 교수형을 집행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으며 이 과정에서 6명이 숨졌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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