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서울 강북지역 폭력세계 주도권을 장악해 온 것으로 알려진 폭력조직 ‘답십리파’ 두목이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윤재필)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이하 폭처법)상 범죄단체등의구성·활동 혐의로 답십리파 2대 두목 유모(45)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폭처법은 범죄단체를 결성한 수괴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 그 간부도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으로 무겁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조직폭력배 사이에서는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전력 유무에 따라 조직의 위세를 가늠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답십리파는 1980년대 후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일대 유흥가를 장악할 목적으로 인근 폭력패거리가 뭉쳐 태동한 폭력범죄단체로 점진적인 세력 확장을 통해 강북지역 폭력세계 주도권을 장악한 뒤 강남 지역까지 세력 확장을 꾀했다고 한다.
구성 초창기 장안평으로 활동무대를 넓히는 과정에서 경쟁조직 장안파 조직원이 척추를 낫으로 난자당해 하반신 불구가 되는 등 무수한 폭력사건이 벌어지면서 지난 1989년부터 줄곧 수사당국의 주목을 받아왔다.
초대 두목 신모씨가 ‘후선’으로 물러난 2005년께부터는 조직 내 처세와 치부로 영향력을 쌓은 유씨가 조직을 이끌어 왔다고 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나이에 따라 서열을 매겨 두목, 부두목, 행동대장, 행동대원 등 체계를 갖추고서 새로 조직원을 받아들이면 합숙소 생활을 통해 조직의 행동강령·수칙 등을 교육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유사시를 대비해 야구방망이, 사시미칼 등 이른바 ‘연장’까지 보관해 온 이들의 합숙소는 수사기관의 눈을 피해 서울 동대문, 용산, 송파, 광진 등으로 수차례 장소를 옮겨 왔다.
이들이 조직을 꾸려가기 위해 세운 행동강령은 “선배 말에 무조건 복종, 타조직과 전쟁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고 피해를 입으면 반드시 보복, 조직을 배신한 자에게는 반드시 보복” 등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조직원 간 언행과 수사기관 대응 요령까지 행동지침을 세워 생활한 이들은 위계질서나 행동강령·지침을 어기면 야구방망이 등을 이용해 집단 폭행했다.
마약, 폭력범죄 등으로 조직원이 붙잡히면 조직원들이 돌아가며 면회를 가거나 영치금을 넣어주는 것은 물론 조직과 맞닿은 사건으로 구속되면 변호사비까지 대준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운영에 필요한 자금줄은 초창기 퇴폐·유흥업소 취업에서 시작해 점차 도박장 운영, 건설현장 이권개입, 사채업 등으로 판을 키웠고, 불법 영업이 적발되면 평소 돈을 타쓰던 하부 조직원들이 뒤집어 쓰기도 했다고 한다.
답십리파는 이전부터 갈등관계에 놓인 전주나이트파와 2011년 6월 이른바 ‘전쟁’을 치르려다 경찰이 투입되자 달아난 혐의도 받고 있다.
한 해 전 대구지역 모 조직폭력배의 결혼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조폭들이 몰려든 자리에서 답십리파 행동대원 고모씨가 “전라도 애들이 서울에 올라와서 너무 설친다”고 말해 붙은 시비로 집단폭행이 벌어지는 등 두 조직은 앙금이 쌓인 채였다.
2011년 6월 4일 고씨는 서울 강동구 모 웨딩홀에서 돌잔치 행사를 찾은 전주나이트파 조직원 홍모씨를 조직원들과 함께 집단구타해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등 전치 12주 중상을 입혔다.
보복을 위해 전주나이트파 직원들이 서울로 몰려오자 유씨 등 답십리파 간부들은 비상연락망으로 조직원들을 끌어 모은 뒤 연장까지 챙겨 차량 스무대에 나눠타고 대치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차 15대를 피해 달아났다. 유씨는 지난달 경찰 불심검문에 꼬리를 잡혔다. 검찰은 집단폭행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고씨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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