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쿠크 관련법안 2009년 국회 제출..임시국회 처리 무산
유 사장 "내년 증시 상고하저".."장외파생상품, PF, PBS 등에 주력할 것"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이란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묶여 있던 오일머니도 투자처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채권 발행에 있어 압도적인 수준인 만큼 오일머니의 집합처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장기 자금 조달과 창구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이슬람 채권을 도입해야 한다."
최근 비이슬람 국가 중 영국이 최초로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Sunkuk)를 발행하고 국제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이슬람 금융의 성장세를 언급한 가운데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이슬람 채권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유 사장은 지난달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기자들과 만나 "2년 전 수쿠크 발행의 국내 도입이 무산된 이후 정부에선 이슬람 금융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라면서 "세계적으로 이슬람 금융의 잠재력과 규모,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인 데다 이자 메리트가 상당한 만큼 이슬람 금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쿠크는 이자가 지급되는 채권을 금지하는 이슬람 금융법에 맞춘 것으로 이자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채권 소유로 발생하는 이득을 지분에 맞춰 부동산 등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선 2009년 중동 외화 자금 유치를 위해 수쿠크 도입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무산됐다. 그나마 간간히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말레이시아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등 이슬람 금융의 명맥을 이었다. 우리가 주춤하는 동안 이웃 일본의 움직임은 두드러졌다. 일본 개별 기업들이 중동지역에서 이슬람 금융 기법을 활용해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크게 늘었으며 일본 은행이나 증권사들도 이슬람 금융 기법이 적용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진출하고 있다.
유 사장은 "이슬람 금융이 도입되면 개별 증권사의 수익 창출은 물론 장기 플랜트 기간 공사나 금융기법 선진화 등 국가적인 롱텀(장기) 자금 조달에 소스가 될 수 있다"면서 "이슬람 금융에 대한 정부와 기업, 금융업계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이집트, 사우디 등의 이슬람 부호들이 쟈스민 혁명 등으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두바이나 아부다비쪽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으며 이 오일머니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채권의 형태로 투자되고 있다"면서 "수쿠크가 이슬람 금융의 상징인 만큼 이를 도입하면 수쿠크뿐만 아니라 이슬람 자금의 국내 기업 지분 투자 등 이슬람 금융전반에 대한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유 사장은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 베트남 현지 법인을 시찰하기도 했다. 베트남 법인은 한투증권이 향후 베트남 5대 증권사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로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영업전략 등을 전수하고 있다.
한편 유 사장은 "내년 국내 증시가 상고하저의 형태로 거래량이 급속히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 강세였던 프라임브러커리지서비스와 장외파생상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주력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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