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뜻하지 않게 성사된 K리그 클래식 우승경쟁이 챔피언결정전 못지않은 묘미로 프로축구 팬들을 사로잡았다.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시즌 최종전은 스플릿라운드 우승 팀을 가리는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트로피는 1대 0 승리와 함께 승점 3점을 챙긴 포항의 몫으로 돌아갔다. 경기 전까지 20승11무6패(승점 71)로 울산(승점 73)에 뒤졌으나 사력을 다해 극적인 뒤집기에 성공, 1986년, 1988년, 1992년, 2007년에 이어 통산 다섯 번째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19일 FA컵 우승까지 포함, 사상 첫 더블(2관왕)로 기쁨을 배가시켰다.
공교롭게도 양 팀은 시즌 마지막 대결에서 우승컵을 향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앞선 라운드 전까지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패권에 다다랐던 울산은 주중 부산 원정에서 통한의 1대 2 역전패를 당해 조기우승 기회를 놓쳤다. 반면 막판 5연승으로 차곡차곡 승점을 보탠 포항에는 기적 같은 뒤집기 가능성이 열렸다.
뜻밖에 마련된 흥행카드로 K리그 역시 챔피언결정전에 버금가는 특수를 누리게 됐다. 승강제 전환을 목표로 지난 시즌 스플릿라운드가 시행됐지만 도입 첫 해는 맥 빠진 결과로 우승경쟁의 흥미가 다소 반감됐었다. 초반부터 독주를 펼친 FC서울(승점 96)이 2위 전북 현대(승점 79)와의 격차를 벌리며 일찌감치 패권을 차지했다.
반면 올해는 막판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공방으로 결승전다운 열기를 뿜었다. 양 팀 선수단은 90분 동안 27개의 파울을 주고받으며 혈투를 벌였다. 이 가운데 경고만 9번이 나왔다. 지켜보는 팬들의 응원전도 치열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2만3천12명이 모여 박진감 넘치는 승부에 열광했다. 특히 원정팀 포항에선 4000여명의 응원단이 모여들었다. 서포터스를 실어 나르기 위해 동원된 버스만도 40대에 달했다.
결과에서도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됐다. 무조건 이겨야했던 포항은 무승부의 기운이 감돌던 후반 추가시간 김원일이 쐐기 결승골을 터뜨리며 짜릿한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충격 패로 눈물을 삼킨 울산 서포터스 역시 사력을 다한 선수단을 격려하며 2013년 최고 명승부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정재훈 사진기자 roz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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