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공정위 "보조금 공개 땐 실구매가 되레 높아질 것"
-미래부·방통위 "합리적 경쟁유도로 통신비 인하될 것"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권해영 기자] '가계 통신비가 떨어진다 vs 스마트폰 가격이 오히려 오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을 둘러싼 공방이 공정거래위원회 가세로 안개속으로 치닫고 있다. 단통법에 대해 제조사들이 영업비밀 공개를 우려하며 반대하는 가운데 공정위가 단말 가격 인상을 지적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래부 vs 제조사'의 갈등 구도가 '미래부-방통위 vs 공정위-제조사' 구도로 뒤엉키면서 국회 계류 중인 단통법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미래부에 단통법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그 배경을 놓고 제조사와 미래부, 이통사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공정위가 반대 이유로 제시한 '보조금 일원화에 따른 단말기 가격 인상 우려'에 대해 제조사들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거든다.
제조사 관계자는 "지금은 소비자들이 출고가 100만원짜리 단말기라도 보조금을 지급받아 싸게 살 수 있지만 단통법 통과로 보조금 규모가 공개되고 보조금 액수가 줄면 더 이상 싼 가격에 휴대폰을 살 수 없게 된다"면서 "단통법이 통과되면 단말기 출고가는 내려가겠지만 보조금 액수도 함께 줄어 실구매가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통법이 단말기 '가격 평준화'에 올인하면서 실구매가의 하향 평준화보다는 '상향 평준화' 낳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조사 관계자는 "TV, PC, 비행기표 등이 모두 서로 다른 가격에 판매되는데 유독 휴대폰만 미래부가 가격 평준화를 강제 적용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소비자의 실질적인 혜택도 없고 제조사 영업비밀만 공개하는 단통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 지 되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와 방통위도 스마트폰의 구입가격이 일부 오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보조금ㆍ장려금이 일시적으로 대폭 풀릴 경우 일부 소비자들에게 한정된 것이지 전반적으로는 단말기 구입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크다고 반박한다.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관계자는 "단통법은 보조금을 아예 금지하자는 게 아니다"며 "불투명한 보조금을 투명하게 하면 합리적인 경쟁이 유도되고 가계 통신비가 인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통 업계도 "제조사의 주장은 가정에 불과하며 실제로 단말기 실구매가가 높아질 지는 상황을 눈여겨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단통법 통과로 단말기 출고가는 크게 내려갈 것이고 소비자들도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통법 논란의 또 다른 쟁점은 제조사 직접 규제에 관한 것이다. 단통법 제12조는 제조사의 단말 판매 현황, 관련 비용 또는 수익 등 단말 유통 관련 자료 제출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데 제조사는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며 해당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미래부는 "단말 판매량, 장려금 등 제조사 영업정보는 조사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대외에 공개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조사 측은 "국정감사 등에서 국회가 요구하면 정보가 외부에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제조사가 직접 규제 대상에 들어가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맞선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이통사를 근거로 한 절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미래부가 이통사를 통해 제조사의 단말 판매 현황, 장려금 등 정보를 받고 미래부의 자료 제출 요구시 제조사가 이통사에 적극 협조하는 규정을 명시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조사는 직접 규제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고 미래부는 원하는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양측 모두에 절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미래부는 국내 제조 3사에 대해 단통법 입장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제조사 직접 규제 조항과 관련해 절충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다음주 미래부와 만나 입장차를 조율할 예정이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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