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더 파이브' 온주완 "강우석 감독 칭찬 받고 눈물"(인터뷰)
부드러운 외모의 소년 이미지를 지닌 배우 온주완. 지난해 화제작 '돈의 맛'에서 재벌 2세 윤철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던 온주완이 이번에는 냉혹한 살인마로 변신해 다시 관객들을 찾았다. 영화 '더 파이브'(감독 정연식)에서 구체 관절 인형을 만드는 재욱 역을 맡아 열연한 온주완은 이번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더 노력해야 했다. '더 파이브'의 제작자 강우석 감독은 온주완이라는 배우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주완은 그 누구보다 '더 파이브'에 출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살인마 재욱 캐릭터에 마음을 홀딱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재욱은 구체 관절 인형을 만드는 작가로, 그만의 독특한 예술적 센스를 발휘해 업계에서는 유명한 인물이지만 그가 유명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그 인형들이 실제 사람의 신체조직으로 만들어진 것. 그리고 재욱은 인형의 재료(?)를 원조교제에 나선 소녀들로 함축했다. 온주완은 그런 재욱을 처음 접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재욱이란 인물은 창조적이예요. 원조교제녀들을 죽이는데, '그 친구들도 이 세상에서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 그래서 재욱은 '내가 너희들을 아름답게 해서 사람들이 아름다운 인형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줄게'라고 혼자 속삭이죠. 원치 않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 아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자기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죠. 자신만의 목적 의식이 분명했고, 그 목적에 대한 애정의식도 있고. 그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더 파이브'는 '로코여신'이라 불리는 배우 김선아의 파격적인 변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더 파이브'가 온전히 김선아의 원톱 영화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김선아가 영화 속에서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와 대립을 이루는 재욱이라는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온주완 역시 김선아가 연기하는 고은아 캐릭터와 함께 재욱 역시 최대한 멋있게 나와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만약 영화가 재욱의 관점에서 제작됐다면 아마 관객들은 영화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고은아가 주인공인 시점으로 가는 게 당연했죠. 또 재욱이라는 캐릭터가 파워가 없으면 아름다운 얘기도 시시한 얘기가 될 수 있어요. 감독님은 '우리 영화에서는 재욱이 제일 멋있어야 돼. 제일 매력적이어야 해'라고 말씀하셨어요. 물론, 저 듣기 좋으라고 하신 말씀이시겠지만. 더불어 휴머니즘도 있어야 했고, 유머 코드도 챙겨야 했죠. 상업 영화니까요."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잔혹한 복수극. 이런 콘셉트라면 관객들은 당연히 눈 뜨고 보기 힘든 잔인한 장면들을 떠올린다. 그런데 '더 파이브'에는 대놓고 잔인한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부분 결정적인 장면에서 화면이 전환된다. 모든 것을 관객들의 상상력에 맡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더 파이브'는 잔인하게 느껴진다. 그 상상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촬영할 때 더 잔인하게 갈 수 있는 장면도 잇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도 얘길했지만, 이것보다 더 보여주면 그냥 실사를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관객들이 충분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죠. 자연스럽게 재욱은 더 섬뜩한 느낌을 가져갈 수 있었어요. 관객들에게 재욱의 이미지 메이킹을 부탁하는 거죠."
인터뷰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강우석 감독은 온주완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정연식 감독이 온주완을 캐스팅 하자고 제의했을 때도 강우석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강우석 감독의 머리 속에는 재욱 역을 맡길 다른 배우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더 파이브'라는 작품에, 그리고 재욱 이라는 역할에 욕심이 났던 온주완은 그 길로 강우석 감독을 찾아갔다.
"제가 감독님께 '영화제 가서 강우석 감독님을 만나보겠다'고 했어요. 그러면 보통 만나보겠다고 하시는데, 강우석 감독님은 '날 왜 만나. 영화 찍을 감독은 따로 있는데'라며 거절하셨죠. 강우석 감독님 고집에 세다고 들어서 캐스팅이 안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OK 사인이 난 거죠. 한 달 동안 3일 마다 정연식 감독님께 전화를 했어요. 그래서 하게 됐죠. 그런데 강우석 감독님이 첫 회식 때 '주완이 너, 2회차 보고 아니면 바꿀꺼야'라고 하셨어요. 그런 말 다신 안 하시도록 최선을 다했죠."
온주완은 그렇게 '더 파이브'에 출연해 어느새 냉혹한 살인마 재욱이 돼가고 있었다. 스스로 모든 액션장면까지 소화했다. 덕분에 발전도 있었다. 강우석 감독의 채찍질이 아니었으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이다. 온주완은 "나중에는 강우석 감독님이 잘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 듣는데 정말 눈물이 났어요. 안도감도 들고, 감사한 마음도 들었어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온주완은 스타보다는 진정 연기자를 꿈꾸고 있었다. 굳이 스타의 길을 거부하는 건 아니다. 기회가 온다면 스타로서 누릴 수 있는 온갖 혜택 역시 누려보고 싶다. 스스로도 그 자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마치 재욱이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살인을 하는 것처럼.
"기자라면 취재한 것과 자기 의견을 종합해 기사를 쓰는 거 아닌가요? 배우도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캐릭터를 표출하는 게 일이거든요. 그게 기본 명제라고 생각해요. 스타는 소위 말해 장사가 되죠. 기본은 가거든요. 광고도 잘 붙고. 저는 그냥 제 연기와 매력을 보고 찾게 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타성 보다는 배우 자체를 놓고 보는 거요. 지금은 그게 더 좋아요."
장영준 기자 st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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