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최근 잇따른 국내외 지점의 사고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예정에 없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자청해서다.
다만 잇따른 사고와 논란의 확산 뒤에 이른바 불만 세력의 조직적 대응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행장은 그러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채널 따져 행동하는 직원은 없을 것"이라면서 조직 내부를 향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 도쿄지점의 1700억원대 부당대출 사건이 알려지자 "시스템이 아닌 사람 문제"라며 무게감을 희석했지만, 도쿄지점 돈사고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번진 가운데 본점에서도 수년간 90억원의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현금으로 바꿔간 사고가 발생하자 말 그대로 유구무언(有口無言)의 상황이 됐다.
이 행장은 이런 상황을 깨끗하게 인정했다. 그는 "행장으로서의 책임을 피해가지 않겠다"면서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립하는 은행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인 만큼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이번 금융사고의 진상과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쇄신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련의 사고 발생 뒤 모든 임원을 모아 경영쇄신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면서 "명명백백히 어디에,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 밝히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태가 수습돼도 조직 내부에 한바탕 칼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마지막으로 "최근 금융사고는 몇몇 개인의 잘못이 아닌 은행장인 저를 포함한 경영진과 2만2000여 직원 모두의 책임임을 통감한다"면서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철저한 반성과 근본적 쇄신을 통해 반드시 진정한 국민의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주택채권 지급 등 금번 사고와 관련해 고객들에겐 조금의 피해도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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