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제3차 소재부품 발전 기본계획(2013~2016년)'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일본을 제치고 세계 4대 소재부품 강국으로 도약하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 발전전략으로는 스마트 표면처리강판 등 10대 핵심소재 조기 상용화, 연구개발(R&D) 확대 등을 통한 전문기업 6000개 육성 등이 있다. 해외 직접투자 유치와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앞으로 7년 내 4대 강국을 목표로 할 만큼 우리 소재부품산업은 괄목 성장했다. 2001년 '부품소재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10여년간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기업들이 국산화에 눈을 돌린 결과다. 2001년 620억달러였던 소재부품 수출액은 지난해 2534억달러로 4배 이상 늘었다. 나라 전체 수출액의 46%에 달한다. 2001년 10위에 머물던 순위도 5위로 뛰었다.
하지만 대일(對日) 무역적자 가운데 소재 비중이 2003년 31%에서 지난해 47%로 높아지는 등 무역역조는 여전히 심각하다. 게다가 중국의 소재부품 수출이 급증하면서 완제품 내 소재부품에서 중국 제품의 비중이 커지는 '차이나 인사이드(China Inside)'가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양국에 치고 받히는 샌드위치 신세다. 급성장하는 중국을 따돌리고 일본을 따라잡을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의 3차 계획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나왔다. 소재부품은 모든 산업의 뿌리다. 그러나 수년간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대기업도 쉽지 않은 지속적인 R&D와 설비투자 부담을 중소ㆍ중견기업이 감당하기란 벅찰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때 자금 걱정 없이 기술개발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소재 전용펀드 조성' 등 실천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다.
부품소재산업 4대 강국이 꿈은 아니지만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한 단계 도약하려면 정부 지원 못지않게 민간의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다. 대기업의 선도적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효성이 10여년간 500억원을 투자해 최근 '슈퍼 섬유'로 불리는 폴리케톤 개발에 성공한 것은 좋은 본보기다. 소재부품 분야에서도 세계 1등 제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고,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도 나와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