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메르세데스-벤츠를 만드는 독일 자동차업체 다임러가 최근 중국 내 현대자동차의 파트너사인 베이징자동차그룹(BAIC) 승용차부문의 지분을 사들인 건 표면적으로 고급차 시장에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데다 머지않아 고급차 시장에서도 최대 고객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든든한 우군을 확보해 향후 중국 시장을 발판으로 해 경쟁사인 BMW나 아우디를 제치겠다는 것이다. BMWㆍ아우디에 이어 고급차 시장에서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를 끌어올리는 게 효과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토모티브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다임러는 BAIC의 지분 12%를 사들이기 위해 6억2500만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에 인해 BAIC는 기존에 있던 양사간 생산합작법인의 지분율이 51%로 1%포인트 올라가고, 다임러는 판매합작법인에 대한 지분율을 마찬가지로 51%로 올렸다.
다임러는 이사회 의석도 2석도 확보했다. 다임러를 포함해 그간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업체는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을 만든 게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경우처럼 외국기업이 현지 국영 자동차업체의 지분을 사들인 것도 처음이다. 디터 제체 다임러 최고경영자는 "이번 협력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제공하는 커다란 기회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AIC의 또 다른 파트너인 현대차는 우선 이번 양사간 거래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 봤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중ㆍ소형차 위주로 판매전략을 앞세워 GMㆍ폴크스바겐 등과 직접 경쟁관계에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임러가 현지 시장에서 판매에 적극 나서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면서도 "시장이 직접 겹치지 않는데다 현대차와의 지분관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가 최근 들어 북미ㆍ유럽시장에서 잇따라 고급차를 출시하며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중국시장에서의 판매전략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서도 월별 실적에서 꾸준히 두자릿수 성장을 유지했지만 9월 들어 판매량이 8.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에는 0.7% 줄었다. 다임러가 이번 제휴로 중형차시장에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타깃 소비자가 겹치는 일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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