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원 규모 '루보'사건 주범, 출소 2년만에 같은 수법으로 적발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정준영 기자] 1400억원 규모의 다단계 주가조작 범죄 '루보'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주가조작꾼이 출소 후에도 같은 수법을 되풀이하다 사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찬석 부장검사)은 "매달 10% 이상 수익을 보장한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끌어 모아 시세조종에 나선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로 김모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합수단 관계자는 "김씨는 1세대 주가조작꾼"이라며 "출소 후 같은 수법을 반복하다 또다시 적발돼 재판에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007년 다단계수법으로 1400억원의 자금을 동원해 루보 주가를 40배 가까이 끌어올리면서 1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징역 3년6개월, 벌금 10억원의 처벌을 받은 '화려한(?)' 전력의 소유자다. 루보 사건은 당시 구속 기소된 관련자가 11명에 달했고, 주가조작에 활용된 차명계좌가 730여개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컸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이 주가조작에 관련됐던 2개 증권사 영업지점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3개 증권사가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을 정도로 후폭풍도 적지 않았다.
2011년 4월 출소한 김씨는 투자자문업자로 명패를 내걸고 또 다시 다단계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김씨는 "자금과 계좌를 넘기면 매달 정산해서 10% 이상 수익을 올리게 해주겠다"며 주변 사람들을 꾀었다.
때마침 기업사냥꾼이 걸려들었다. 지금은 상장폐지된 코스피 상장사 케이비물산의 최대주주 등 공범 3명은 사채를 끌어다 회사 경영권과 지분을 사들인 뒤 사채 갚을 생각에 골머리를 앓았다. 김씨는 이들과 손을 잡고 다단계 투자자를 끌어모아 차명계좌 107개를 확보한 뒤 케이비물산 주가를 조작하기로 마음먹었다. 2011년 7월 1225원에 불과했던 케이비물산 주가는 두달여 만에 3배 가까이 뛰었고, 이들은 부당이득만 32억을 챙겼다.
하지만 김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기 몫으로 온전히 챙긴 건 5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같은해 10~11월 김씨는 코스닥 상장사 F사 주식에 손을 댔지만, 이번엔 주식 팔 타이밍을 놓쳐 오히려 1억1500만원을 날렸다. 김씨를 보고 몰려든 다단계 고객들의 원성이 극에 달할 즈음, 김씨 행각도 금융당국에 꼬리를 잡혔다. 금융감독원이 입수한 제보를 토대로 공조수사에 나선 검찰은 지난 14일 김씨를 구속기소했다.
정재우 기자 jjw@asiae.co.kr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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