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경제위기라더니..아르헨 수입차 판매 호황 왜?

시계아이콘01분 39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암시장에서 달러를 급락한 페소로 교환 후 40% 낮은 가격에 구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아르헨티나의 수입차 시장이 올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의 수입차 판매량은 8만7014대를 기록했다. 전년동월대비 24% 급증했고 10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 판매가 이뤄졌다. 올해 연간 수입차 판매량은 사상 최다인 93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호황이어서 국민들의 구매력이 늘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정반대다. 아르헨티나의 불안정한 경제가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급락 중이고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페소화를 갖고 있느니 차라리 비싼 외제차를 구매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불안정한 경제 때문에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현상의 배경에는 불법 외환거래 시장이라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달러를 보유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수입차를 최대 39%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최근 달러·페소 환율은 공식적으로 달러당 5.97페소선이다. 하지만 암시장에서는 달러당 9.8페소에 거래된다. 페소화 가치가 연일 추락하고 있는 탓에 암시장에서 달러가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 차이를 이용, 즉 환치기를 통해 외제차를 구매한다. 1000달러를 갖고 있다면 이를 암시장에서 9800페소를 바꾼 후 공식 환율에 따라 5970페소(1000달러)에 팔리고 있는 외제차를 구매하고 4000페소에 가까운 차액을 남겨먹는 것이다.


지난 1년간 페소화 가치가 20% 가량 급락하면서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의 차이는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암시장 규모도 커지고 외제차 판매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9월 말 기준으로 아르헨티나의 연간 수입액은 563억달러인데 이중 자동차 수입 비중이 9.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고급 외제차 수입량은 33%나 급증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60%로 높아졌다. 인도 타타 모터스가 보유한 랜드로버 브랜드 판매 증가율은 무려 170%를 기록했다. 알파 로메오(139%) BMW(96%) 포르셰(76%)도 높은 판매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외제차 구매가 늘면서 자꾸 달러가 해외로 유출되고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정부가 보유한 달러 규모도 급속도로 줄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는 올해 들어 106억달러가 줄었는데 이는 200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준 것이다. 2002년은 아르헨티나가 950억달러 규모의 채권에 대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던 해다.


현재 외환보유고는 327억달러에 불과하다. 2007년 1월 이후 가장 낮다. 앙골라, 레바논, 루마니아보다 외환보유고가 더 적다.


외환보유고는 급감하고 있는데 아르헨티나 정부의 자금 조달 능력이 최악 수준이어서 디폴트 재연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11%로 비슷한 신흥시장의 2배에 가깝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새 채권을 발행하는 차환 발행을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채무를 상환하고 있다. 하지만 국채 금리가 안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제차 구매와 같은 국민의 소비 행태가 지속된다면 아르헨티나의 디폴트는 시간 문제일 뿐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당장 내년에만 68억달러의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달러 감소를 억제하기 위해 외제차 업체들에 아르헨티나에서 빼간 달러를 벌충하라고 강제했고 이 때문에 포르셰는 와인을, 미쓰비시 모터스는 땅콩을 스바루는 칠레에 닭고기 사료를 수출하는 어이없는 상황도 벌어졌다. 하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직접적으로 수입차 판매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