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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자본주의 대안’ 몬드라곤 계열사 파산보호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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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스페인 협동조합 몬드라곤그룹 소속 가전회사 파고르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몬드라곤그룹은 주주자본주의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이라는 기업형태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사례로 여겨져왔다.

AFP 등에 따르면 유럽 5위 가전회사 파고르는 13일 자회사 파고르 아일랜드와 함께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상업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계열사도 앞으로 며칠 동안 같은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고르의 폴란드 계열사와 프랑스 계열사는 이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파고르는 폴란드에서는 1400명, 프랑스에서는 18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주주자본주의 대안’ 몬드라곤 계열사 파산보호 신청 스페인에 본사를 둔 협동조합 가전회사 파고르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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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르는 적자가 5년 연속 누적되는 가운데 채무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지난달 중순 8억5000만유로(1조2245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조정하는 작업에 나서는 한편 파산보호 신청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고르와 채권 금융회사들은 채무 조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파고르는 또 몬드라곤그룹에 1억7000만유로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몬드라곤그룹은 10월 말 파고르에 돈을 대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몬드라곤그룹은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파고르의 미래를 보장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바스크 정부는 몬드라곤그룹이 파고르 자금지원의 효과가 없으리라고 보는 상황에서는 정부로서도 할 역할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고르는 저가 아시아 제품의 경쟁에서 치이고 스페인 경기침체에 눌려 고전했다. 매출이 감소하면서 5년 연속 적자를 냈고 부채가 8억5000만유로로 불어났다.


지난해 파고르 매출은 11억7000만유로로 금융위기와 부동산 버블 붕괴 전인 2007년에 비해 3분의 1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4억9100만유로 매출로부터 6000만유로 손실을 냈다.


조합원이 임금 20%를 자진 삭감했지만 경영실적 하락을 되돌려놓기엔 힘이 달렸다. 파고르의 모든 공장에서는 조업이 3주 전 중단됐다.


파고르는 스페인과 프랑스, 폴란드, 모로코, 중국 등 13곳에서 약 5600명을 고용해 세탁기, 냉장고 등 제품을 생산한다. 브란트, 데 디트리히 등 브랜드로 130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파고르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소속 협동조합 사이의 연대라는 몬드라곤그룹의 혁심 원칙이 무너졌다. 파고르의 자금지원 요청에 그룹 소속 유통협동조합 에로스키와 다른 두 조합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에로스키 역시 경쟁에 치여 경영난에 빠진 상태다.


파고르가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가면 충격이 몬드라곤그룹 전체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파고르의 파산보호는 몬드라곤에 4억8000만유로의 부담을 지울 것으로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예상했다. 예상된다. 여기엔 그룹 내 파고르에 대한 대출과 보험 분야 협동조합이 지급하는 파고르 근로자의 실업보험금 등이 포함된다.


몬드라곤그룹은 1956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 협동조합그룹으로 250여개 협동조합 기업이 소속돼 있다. 몬드라곤그룹 소속 협동조합기업은 금융, 유통, 가전, 자동차부품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몬드라곤그룹은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서 3만5000명, 스페인 다른 지방에서 3만5000명, 그리고 해외에서 1만3500명 등 27개국에서 8만3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몬드라곤그룹 소속 협동조합 기업은 직원 가운데 약 85%가 조합원이다. 최고 직급의 보수가 가장 낮은 직급의 8배에 불과하다. 주요 의사결정은 조합원총회를 열어 내린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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