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정부가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를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려던 계획을 2016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건설수주 악화로 수익성 저하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은 당분간 한숨을 돌리게 될 전망이다.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되면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공사비 대상사업의 낙찰률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어 건설사들의 채산성 악화 우려가 컸다.
8일 기획재정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당초 2014년부터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2년간 유예하는 내용으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최저가격을 투찰한 건설사를 낙찰자로 정하는 최저가낙찰제를 예산절감 차원에서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 공공 건설공사에 적용하기로 하고 시기를 조절해왔다. 당초 지난해부터 100억원 이상 모든 공사로 확대하려던 것을 중소 건설사의 경영난을 고려해 2년간 유예,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
기재부는 추가로 2년을 연장하게 된 것에 대해 "이제 대규모 공사에서 가격과 공사 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할 계획이어서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시기를 유예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가낙찰제는 출혈경쟁을 야기해 건설사의 부실은 물론 품질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건설사가 원가를 맞추기 위해 값싼 자재를 쓸 수밖에 없고 결국 부실시공으로 이어지는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건설업계는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2년 후부터는 최저가낙찰제가 확대적용되는 것이라며 여전히 '발등의 불만 끈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소형사인 A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영세업체를 일정 기간 보호할 수 있고 일부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억∼200억원 공사를 가장 많이 하는 중소형사들의 공사물량이 일정 부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근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은 "만약 100억원으로 최저가낙찰제가 확대시행될 경우 중소형사들은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된다"며 "이번 시행연기로 가뜩이나 사회간접자본(SOC)수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건설산업 규제ㆍ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통해 최저가낙찰제 폐지를 주장했다. 보고서는 최저가낙찰제로 인해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낙찰가 하락, 품질하락, 하도급 업체에 대한 처우 악화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2001년 건설사의 기술개발, 원가절감 등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도입된 현행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가격, 품질, 기술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최고가치 낙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최저가낙찰제의 대안으로 떠오른 종합심사낙찰제에 대한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종합심사낙찰제는 기재부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한 '최저가낙찰제ㆍ적격심사제의 성과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나온 개념이다. 공사수행능력점수, 가격점수, 사회적 책임 점수의 합이 가장 높은 기업을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