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승용의 '사람 읽기' 인터뷰-장만기 한국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윤승용 논설고문(얼굴)의 '리더의 서재에서'를 시작합니다. CEO와 경제지식인들의 지적보고(知的寶庫)를 탐방해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들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윤 고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저서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경영에서도 사람의 중요성, 인재개발은 이제 새삼스러운 화두가 아니다. (사)인간개발연구원 장만기 회장(77)은 지금부터 39년 전 인간개발의 중요성을 한국에서 처음 간파하고 한국인간개발연구원을 설립한 이 분야의 프런티어다. 경제계 최고의 마당발로 불리는 장 회장은 이에 걸맞게 '미스터 스터디(study)', '아침형 인간의 효시' 등 다양한 별칭으로도 불린다. 대학교수직이라는 괜찮은 직업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사람을 이해하는 리더가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신념 아래 지금까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주 목요일 경제인을 중심으로 한 조찬공부모임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를 지속해오고 있다.
'더 좋은 사람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든다(Better People, Better World)'를 모토로 사회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의 강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조찬연구회는 한국기업계에 책을 가까이하는 인문학적 경영 마인드를 꽃피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7월 말 '새로운 미래를 찾아서-인문을 통한 성찰, 창조를 통한 미래'를 주제로 한 제주 최고경영자(CEO) 여름 포럼 준비에 경황이 없는 장 회장을 서울 대치동 사무실의 서재 겸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사무실에는 평소 애지중지하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서양고전 시리즈, 브리태니커, 그레이트북스를 비롯해 동서양의 고전과 최신 경영학 서적이 빼곡했다. 특히 경영학 원서들 틈에 '김대중 옥중서신', 박노해 시집 '참된 시작', 함석헌 전집, 목민심서, 박경리의 '원주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꽂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경제계에서 독서광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그 계기가 궁금한데요.
어느덧 1790회에 이르는 목요 조찬모임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를 진행해오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초청 인사를 선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인사의 관심사와 저작, 그리고 그 분야의 흐름 등을 내가 먼저 알지 못하면 모임을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관련 분야를 천착하다 보니 다방 면에 관심을 갖게 됐고 역시 다양한 분야, 특히 경제와 관련이 없어보이는 인문 고전분야에까지 독서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13일 열리는 제1789회 목요 조찬모임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의 '창조경제와 규제시스템'을 주제로 한 강의다.)
-당시로서는 인간개발이라는 용어자체가 생소한 때였는데 연구원을 설립한 동기가 궁금한데요.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직을 얻게 되었습니다. 당시 월급이 1만5000원일 정도로 적었는데 유상근 학장과 청와대 공보수석이 찾아와 뉴욕타임스 일요판 같은 국가홍보물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왔어요. 이를 계기로 KMI(Korea Marketing International)라는 국내 최초의 광고회사를 창업해서 정부 홍보물은 물론 기업 홍보물 등을 만들어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창업 5년 만에 10월유신이 선포되면서 국가홍보 자체가 의미가 없게 돼버려서 경영에 어려움이 커지는 바람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수시절 개인적 인연을 맺은 폴 마이어교수가 세운 성공동기연구소(SMIㆍSuccess Motivation Institute)의 일본지사 지비 부사장이 찾아와 인간개발에 대한 영감을 더해주었지요. 바로 이거다 싶어 연구원을 세웠습니다.
-인간개발연구원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곡절이 많았습니다. 처음 서울 충무로 4가 적산가옥에 연구원을 세웠는데 어려움이 많았지요. 다행히 하나뿐인 직원이었던 아내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렇지만 인간개발, 자기계발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 뜨게 한 폴 마이어의 가르침을 통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마이어는 젊은 시절, 취업 면접에 57번이나 떨어졌으나 반드시 성공해 사회에 꼭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며 죽을 각오를 하고 노력한 결과 보험판매원으로 성공해 나이 30세에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합니다. 그런데 마이어는 성공한 데서 머물지 않고 자신의 성공 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게 요즘 그 유명한 '폴 마이어 자기계발 프로그램'입니다. 이 분야의 선구자인 셈이지요. 특히 그의 '생각을 명료하게 하라', '목표달성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최종 시한을 정하라',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충심으로 구하라', '자기자신과 자기의 능력에 대한 최상의 확신을 키우라', '장애와 비난과 여건이 어떻든 자신의 계획을 관철시키겠다는 집요한 결의를 품으라'라는 5가지의 '백만불짜리 성공계획'은 제가 가장 중요한 신조로 여기고 있습니다.
-경영에서 왜 독서가 중요합니까.
▲정치든 경영이든 결국 사람이 하는 겁니다. 책은 인간이 만든 지성의 집합체지요. 책을 보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가까이했던 분들의 경우를 보면 인간개발연구원의 기본 철학이 된 폴 마이어, 척추가 여섯 군데나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하고도 뇌의 신비한 치유력으로 단 12주 만에 일어나 걸은 조 디스펜자 박사,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은 생의학자 알렉시스 카렐 등은 모두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의 저작을 보면서 경영과 인간의 관계를 알 수 있었습니다.
-책은 주로 어떻게 읽습니까.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한 시간 정도 명상을 합니다. 이어 기도를 한 후 보통 2시간 정도 책을 봅니다. 낮에도 틈틈이 책을 펴보구요. 책은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매 페이지마다 책에 대한 내 생각을 작은 글씨로 메모해 넣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그 책의 필요한 대목을 찾기도 쉬울 뿐아니라 메모하는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들도 샘물처럼 솟아납니다.(실제로 그가 가까이했던 책을 펴보니 빨강, 파랑 펜으로 깨알처럼 써놓은 메모가 곳곳에 가득했다.)
-가장 가까이하는 금과옥조같은 책은 무엇입니까.
▲다른 종교인이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성경입니다. 성경은 하루에도 몇 번씩 빼놓지 않고 펴 봅니다. 성경을 기독교의 경전이 아닌 인간의 측면에서 보면 예수는 인간경영에서 가장 성공한 분입니다. 12제자를 양성해 70명의 소규모 조직으로 당시 이스라엘 백성을 리드했습니다. 자기훈련, 극기, 희생, 인간경영, 위기관리 등의 측면에서 예수만한 리더가 없습니다.
-요즘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사람에 투자하고 사람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연구소를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TPT(Total People Technology)100멘토 캠페인'을 시험운영 중입니다. 기업도 사람에 투자하고 사람을 연구해야 합니다. 때문에 CEO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스스로 멘토가 되어야 합니다. 현대사회는 IT(정보기술),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 ET(환경기술)에 이어 곧 PT(People Technology 사람기술)시대가 옵니다. 이는 제가 창안한 말인데요, 모든 중심이 사람이 되는 시대, 즉 TPT시대가 오는데 우리는 이를 미리 준비해야합니다.
책과 인간에 대한 장 회장의 열정은 2시간이 넘어도 끊이지 않았다. 경제계에서 책읽는 리더, CEO들의 멘토다운 모습이었다.
◆책갈피-책속의 추천 명구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운명도 바뀐다."
-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중에서>
"생하게 상상하라. 간절하게 소망하라. 그것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진지하게 믿어라. 그리고 이루어지도록 열정적으로 실천에 옮겨라. 그러면 무슨 일이든 이루어진다"
- 폴 마이어의 <좋은 습관 24가지에서>
◆읽어보니, 좋던데요- 장 회장의 추천도서
1. 기부왕 폴 마이어의 좋은 습관 24가지 <폴 마이어 /생명의 말씀사>
▲감사, 비전, 긍정, 용서, 웃음, 진실, 언행일치 등 진정한 성공의 문을 여는 24가지 습관을 체득하라고 제시한다. 오전에는 열심히 돈을 벌고, 오후에는 돈이 필요한 사람이나 단체를 찾아가 그 돈을 나눠주며, 저녁이 되면 집에 돌아와 돈을 벌 새로운 아이템을 연구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수입의 절반을 기부하고 있다.
2. 자조론, 인격론 <새뮤얼 스마일즈/동서문화사>
▲영국 근대화에 큰 기여를 한 새뮤얼 스마일즈가 고향의 야학에서 행한 강연을 바탕으로 쓴 책. 이 책은 산업혁명 당대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고 감동적으로 묘사해 성공과 행복을 꿈꾸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끈기가 없으면 사회적 성공은 불가능하며, 신사다운 인격을 지닌 사람만이 삶을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3. 리더십 골드 <존 맥스웰/다산북스>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이자 성공학 강사인 맥스웰이 60세가 되는 해에 '지금까지 살면서 힘들게 깨달은 리더십의 교훈들 중 불필요한 것을 걸러내고 핵심만을 정리하겠다'며 쓴 책. 잭 웰치, 피터 드러커, 짐 콜린스 등 리더십 대가들의 명언이 곳곳에 인용돼 있다.
4. 수상록 <미셀 드 몽테뉴/동서문화사, 문예출판사>
▲프랑스 최고의 사상가 몽테뉴가 쓴 유일한 책. 인간이 누구인가를 이해하는 데는 최고. 그가 천착한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명제는 후세에 과학주의, 민주주의의 원천이 되었다.
5.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세상사람들의책>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유누스의 자서전. '신용은 모든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그의 신념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 설립의 기초가 되었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할 수 있다.
◆장만기 회장 약력
장만기 회장 뀬1937년 전남 고흥출생 뀬한남대 영문과,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뀬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뀬코리아마케팅 대표이사 뀬1974년 인간개발연구원 설립 초대 회장 뀬한국LMI 대표이사 회장
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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