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업무상 실수로 억대 송사에 휘말리고 경찰수사까지 받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법원공무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윤인성)는 법원공무원 A씨의 아내가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한 지방법원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07년 채권 배당업무를 처리하면서 실수로 배당표에 기재 대상을 누락했다. 한 가압류권자가 1억8000여만원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A씨는 1심부터 상고심까지 소송 수행자로 지정돼 직접 소송을 진행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등기업무 처리 과정에서 업무상 착오가 생겨 사건이 커지자 우울증 증세를 보이던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그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아내는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는 1996년부터 법원공무원으로 아무 문제 없이 생활했으나 2007년 국가배상소송이 제기된 후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등기사건 이후 스트레스가 대폭 가중돼 두려움에 떨다가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가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점 등에 비춰 업무상 이유 외에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할 만한 동기를 발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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