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로치 의상 수퍼바이저 "모든 액세서리까지 일일이 핸드메이드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총 35억원에 달하는 뮤지컬 '위키드'의 의상이 공개됐다. 한국 공연 사상 의상비만으로도 역대 최고를 자랑하는 '위키드'는 총 6개월의 제작 과정을 거쳐 350여벌의 의상, 80여개의 가발, 350켤레의 신발들을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완성했다.
최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난 '위키드'의 빌리 로치 의상 수퍼바이저는 그 어느 작품보다 '위키드'의 의상 작업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의상에 수많은 디테일이 들어간 데다 매번 작업을 직접 수작업으로 해야 했다. 내 일생동안 이번이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빌리 로치는 '위키드' 월드와이드 프로덕션의 의상 수퍼바이저로 이번 한국어 초연 의상의 전 작업에 참여했다. 이전에는 '프로듀서스', '금발은 너무해' 등의 작품에 의상 수퍼바이저로 참여했고, 각국의 '위키드' 의상 수퍼바이저를 맡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의상은 '에메랄드 시티' 장면에 등장하는 옷으로, '위키드' 공연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전체 기본적인 색깔은 '초록색'이지만 초록의 스펙트럼은 훨씬 다양하다. 특히 파란색이 가미된 초록색이 돋보인다. 원단도 여러 가지 다른 종류와 패턴을 사용했으며, 화려하게 장식된 자수는 2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붙어서 일일이 달았다.
빌리 로치는 "의상 한 벌을 만드는데 거의 한 달에서 두 달의 시간이 소요됐다. 신발, 모자, 장갑 모두 직접 만들었으며,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깃털과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도 많이 사용했다. 기존에 있는 것들을 비틀어서 디자인했기 때문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주인공 초록마녀 '엘파바(옥주현, 박혜나)'와 하얀마녀 '글린다(정선아, 김보경)'의 의상이다. 엘파바의 검은 드레스는 무려 360개의 층으로 만들어졌으며, 최대한 배우의 몸에 맞춰 슬림한 느낌이 나도록 디자인됐다. "마녀의 의상이지만 마녀 의상처럼 보이지 않게 화려하고 예쁘게" 제작됐다는 설명이다.
글린다가 첫 등장 당시 입는 옷은 제작 기간만 5개월이 걸렸다. 반짝이는 비딩들을 일일이 수작업을 하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36쪽의 날개 모양 천을 이어붙였고, 코르셋 라인으로 상의를 몸에 딱 붙게 만들었다. 목걸이도 핸드메이드다.
빌리 로치는 "일반적으로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배우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나다. 한국배우들은 첫 만남 때부터 나를 많이 믿어줬고, 나 역시 배우들에게 이 의상이 캐릭터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설명해줬다. 또 각각의 배우들은 주연이든 조연이든 동등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모두가 (의상에 대해) 불편 사항이 있으면 마음껏 얘기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만든 의상 제작비는 무려 35억원이다. 웨스트 엔드 로렌스 올리비에 의상상, 브로드웨이의 토니상, 호주의 의상상 등 이미 전세계에서 의상상을 휩쓸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이유에 대해 묻자 빌리 로치는 대답했다.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원단도 여러 개를 써서 수작업을 해야 했다. 또 옷이 배우들에게 딱 들어맞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여러 차례에 걸쳐 수선 과정을 거쳤다. 우리만 보기에 괜찮고 배우들이 불편하면 그 의상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뮤지컬 '위키드'는 지난해 첫 내한공연에서 2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다. 올해 첫 한국어 공연에는 옥주현, 박혜나, 정선아, 김보경 등이 네 마녀로 캐스팅돼 화제가 됐다. 의상 외에도 54번의 무대 체인징, 11.4m의 거대 '타임 드래곤' 등 화려한 무대를 자랑한다. 22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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