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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 알기④]어릴 적 로망이던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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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나라 산업ㆍ기술ㆍ인물ㆍ역사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전자책(e-book) <흥미진진 경제다반사>를 발간했다. 이 전자책은 산업통상자원부 공식 블로그인 '경제다반사'에 게재된 6500여건의 콘텐츠 가운데 30건 만을 엄선해 제작한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ㆍ흥미진진 신기술' 등 즐겁고 유익한 내용을 간추려 전한다.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대한민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사랑 받는 상품들의 '처음' 모습은 어땠을까. 그 네 번째는 '안경'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랬을지 모른다. 어릴 적에는 왜 그렇게도 안경이 쓰고 싶었는지. 시력이 빨리 나빠지길 기대하면서 어두운 데서 책을 읽고, 텔레비전에 가까이 다가앉아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멀쩡한 눈을 혹사시키곤 했다. 지금이야 안과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시력을 측정해 불가능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잘 보이는 숫자를 일부러 보이지 않는 척 큰소리로 외치던 기억도 있다.


어린 시절 안경을 쓸 수 없었던 어린이는 안경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을 마음속에 품고 어른이 됐을 정도.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시력 여부와 상관없이 패션으로 안경과 선글라스를 쓰기도 하지만 말이다.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에 안경이 처음 도입된 시기는 대략 16세기 말로 전해진다. 정조실록을 보면, 정조가 "안경은 200년 이전 처음 생긴 물건"이라고 말한 기록이 있는데, 이는 1614년 이수광이 편찬한 일종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의 기록에서도 뒷받침 된다.


안경은 중국에서 건너온 물건으로, '개화경' 또는 '애체(처음 전파한 네덜란드인의 이름을 딴 것)'라고 불렸다. 처음 국내에 들여왔을 땐 물건이 워낙 귀해 왕족이나 고관대작이 아니고서는 감히 만져볼 수도 없는 귀한 물건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서양과 달리 윗사람 앞에서 안경을 쓴다는 것 자체를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겼다. 구한말 조선 조정이 외교 고문으로 고용됐던 독일인 묄렌도르프도 고종을 처음 알현할 때 안경을 벗고 어전에 나가야 했다.


이런저런 까닭으로 우리나라에 안경이라는 서양의 신문물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기까지는 2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것으로 추측된다.


[대한민국 최초 알기④]어릴 적 로망이던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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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안경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조선 선조 때 문신 김성일이 쓰던 안경이다. 김성일은 외교사절로 명나라와 일본을 오가다가 안경을 처음 접했다. 당시 그가 쓴 안경은 렌즈 옆에 구멍을 내고 실이나 리본을 달아 고정시키는 실다리 안경이었다고 한다. 렌즈는 수정구슬 등을 안경알로 사용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시력 보정이 제대로 됐을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 왕 가운데 처음으로 안경을 썼던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조선의 22대 임금 정조다. 당시는 안경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기라 정조 자신도 안경 쓴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길 꺼렸다고 한다.


그 후 안경은 정조의 후계자인 순조(1800~1834) 때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 안경을 수입해 온 탓에 공급에 제한이 따랐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경주 남석안경이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남석안경은 경북 경주의 남산에서 채굴된 수정으로 만든 안경으로, 인기만큼이나 가격이 무척 비쌌다.


1880년대에는 안경테로 주로 암소의 뿔을 사용했다. 안경 값은 점차 제조기술이 발전하면서 공급이 늘어나 떨어지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 번창했던 경주 보안당 안경점에서는 안경을 최저 2원에서 최고 80원까지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요즘 상황은 어떨까. 한국안경지원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안경 제조업체 수는 2010년 기준 405개로, 종사자 수는 2792명에 불과하다. 수출액은 2011년 기준 2억9100만달러, 수입액은 3억2000만달러. 수출보다 수입 규모가 더 큰 실적이다.


1980년대에는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지정돼 한 때는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던 국내 안경 산업은 1995년 이후 신소재나 브랜드 개발 소홀, 도금 및 표면처리 기술 부족 등의 이유로 해외 명품 브랜드와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40% 이상이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요즘은 라식, 라섹 등 시력을 교정하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안경을 쓴 사람들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안경은 여전히 사람의 눈을 보호하고 시력을 유지하는 물건이자, 안경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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