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로야구 두산이 대망의 한국시리즈(7전4승제) 우승에 1승만을 남겨놓았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투수 이재우의 역투에 힘입어 2대 1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 전적을 3승 1패로 만들며 2001년 뒤 12년만의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선수단은 29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펼쳐지는 5차전을 승리할 경우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일등공신은 단연 이재우였다. 타격전이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안타 2개와 4사구 3개를 내줬으나 삼진 8개를 솎아내며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시속 140km 중반의 패스트볼에 주 무기 포크볼을 적절하게 섞어 상대의 게스히팅을 비교적 효과적으로 저지했다.
위기도 있었다. 2회 선두 최형우에게 우전안타를 맞는 등 1사 1, 2루에 몰렸다. 박한이와 이지영을 각각 유격수 앞 땅볼과 삼진으로 잡아 점수를 허용하진 않았다. 최대 고비는 3회 찾아왔다. 가볍게 아웃 카운트를 2개로 늘렸으나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리 허용, 2사 만루에 놓였다. 이어진 박석민과의 대결에서 이재우는 초반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지 못했으나 몸 쪽 코스의 패스트볼을 승부구로 구사, 루킹 삼진을 잡았다.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기 강판된 배영수(1.1이닝 2실점)와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었다.
두 차례 위기를 넘긴 투구에는 힘이 붙었다. 포크볼 구사로 이승엽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4회를 삼자범퇴로 매듭지었다. 상승세는 5회에도 계속됐다. 위기마다 통했던 몸 쪽 패스트볼을 앞세워 정병곤과 배영섭을 루킹삼진으로 잡았다. 이어진 김태완과의 대결에선 앞선 승부와 달리 포크볼을 승부구로 구사,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재우의 호투에 타선은 일찌감치 선취 득점으로 화답했다. 정수빈의 번트안타와 김현수의 볼넷으로 잡은 1회 1사 1, 2루에서 최준석이 좌전 적시타를 때렸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선 양의지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 3루 주자 김현수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계속될 것 같던 득점 행진은 1회를 끝으로 뚝 끊어졌다. 바뀐 투수의 호투에 철저하게 막혔다. 한국시리즈 전부터 류중일 감독의 엄지를 치켜세우게 한 차우찬이었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에 슬라이더와 커브를 곁들여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했다. 6.1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3개만을 허용하는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삼진도 5개를 잡았다.
호투는 타선의 부진으로 빛이 바랬다. 삼성은 7회 1사에서 박한이가 중전안타로 출루했으나 대타 작전이 연거푸 실패로 돌아갔다. 우동균과 진갑용이 데릭 핸킨스 앞에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9회에는 집중타 부재에 허덕였다. 선두 최형우의 2루타와 박석민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으나 1점을 뽑는데 머물렀다. 이승엽이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고, 박한이의 고의 4구로 이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 정현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돌아섰다. 1점차로 쫓긴 두산은 투수 교체로 남은 고비를 넘겼다. 마무리로 윤명준을 투입, 진갑용을 유격수 앞 땅볼로 이끌었다.
경기 뒤 류중일 감독은 배영수와 타선의 부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1회 2점을 내준 것이 아쉽다. 더 던져줬어야 했다”면서 “타자들 역시 나쁜 볼에 배트가 많이 나갔다”고 했다. 특히 류 감독은 무위로 돌아간 3회 2사 만루 박석민의 타석을 복기하며 혀를 끌끌 찼다. “나쁜 볼에 계속 배트가 나가 이재우를 도와준 꼴이 되고 말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진욱 감독 역시 같은 장면을 분수령으로 여겼다. “이재우가 책임감 있는 투구로 호투를 선보였다”며 “마운드에서 던질 때 악 소리가 날 정도였다”고 당시를 복기했다. 화룡점정을 찍은 윤명준의 투구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위가 선수단에서 제일 좋다”며 “컨택 능력이 좋은 진갑용을 힘으로 충분히 밀어붙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정재훈 사진기자 roz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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