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군이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불리는 패트리엇 미사일을 대량 보강하기로 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의 일환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27일 “정부가 최근 미국과 미사일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의 추가 구매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 미국 군수물자 판매를 총괄하고 있는 미 국방부 국방안보협력국(DSCA)도 최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DSCA는 “한국 정부가 패트리엇 미사일 112기와 관련 장비 및 부품, 훈련, 군수지원을 구매할 수 있는지를 타진해 왔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DSCA는 거래가 성사되면 정부 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 무기와 지원 시스템의 총판매액은 4억400만달러(4290억원) 상당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FMS는 미국 정부가 품질 보증한 방산 업체의 무기나 군사 장비를 외국에 수출할 때 적용하는 정부 간 직거래 계약 제도로, 군수 업체를 대신해 물자를 넘겨주면 해당 국가가 나중에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술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수출 때 철저하게 미국 의회의 승인과 통제를 받아야 한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의회 승인을 얻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DSCA는 보고서에서 계약이 이뤄지면 이들 패트리엇 대전술 미사일(ATM)은 제조 회사인 레이시온과 한국 정부 간 직접상업판매(DCS) 방식을 통해 유도 개량형 전술 미사일(GEM-T)로 업그레이드된다고 소개했다.
이번에 구매를 추진하는 미사일은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패트리엇 2(PAC-2)의 최신 버전인 GEM-T로 전해지고 있다. 기존의 PAC-2보다 레이더 성능과 소프트웨어를 개선한 것이다. 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나 초음속 전투기가 공군기지를 공격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구매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GEM-T는 탄도 미사일, 초음속 전투기, 순항 미사일, 항공기 등을 격추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은 30㎞까지, 초음속 전투기의 경우 150㎞까지가 사정권이다. 112대를 구매하는 데는 4억400만달러(4290억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방부도 지난 7월 국회에 보고한 '2014~2018년 국방 중기 계획'에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이를 탐지해 원점을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과 미사일이 킬 체인을 피해 날아올 때 지상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하는 KAMD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 KAMD의 핵심 수단으로 현재 운용 중인 미사일 요격 체계인 PAC-2형 미사일 수백 발을 추가 구매해 내년부터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의 주력 요격 미사일 방어망인 PAC-2 미사일의 개량형으로 개발된 GEM-T 모델은 레이더의 성능과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탄도 미사일, 항공기, 순항 미사일 등을 격추한다.
미국 DSCA도 보고서에서 “이번 판매가 성사되면 이 업그레이드된 GEM-T 미사일이 탄도 미사일과 항공기, 순항 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의 방어 능력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PAC-2의 효용성을 놓고선 논란의 소지도 있다. 하지만 군당국은 현재 한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PAC-2로는 요격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이 보유한 PAC-2는 산탄형이기 때문에 미사일을 맞혀도 탄도미사일에 달린 핵탄두는 파괴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스커드미사일 핵탄두가 목표지점까지 날아와 폭발할 수 있다. PAC-3는 탄두에 직접 부딪히기 때문에 핵탄두가 조각나고 해체돼 피해가 없다. 이에 PAC-3 도입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또 지난 16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는 PAC-2 미사일을 탑재하는 차량의 수리부속 공급에도 차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방사청 국감에서 “방사청과 독일의 ‘만(MAN)트럭버스코리아’가 체결한 패트리엇 작전차량 수리부속 구매 계약이 지난 5월 해지됐다”면서 “독일 회사가 수리부속 3개 품목 13건이 단종됐다는 이유로 계약이행 불가 통보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당 부속은 앞 차축 4건과 조향장치 9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레이더, 미사일 발사대, 발전기, 통제소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장비는 모두 독일 만(MAN)사가 제작한 작전차량에 탑재돼 있다. 따라서 작전차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 PAC-2 미사일 운용은 불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미군은 가장 최근 개발한 패트리엇 3(PAC-3) 미사일을 실전에 배치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도입·배치하는 데 시간도 많이 소요돼 우선 PAC-2 가운데 가장 최신형인 GEM-T를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워싱턴DC를 방문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미국 MD망 참여 논란과 관련해 “KAMD와 미국 MD 체계는 차이가 있다. 공유할 것은 공유하고 연동할 것은 연동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도록 하겠다”며 “정보를 교환하거나 조기 감시 및 지휘 체계를 연동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MD에 참여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DSCA는 또 “한국이 기존 (요격 미사일) 재고에 이들 추가되는 미사일을 유지·운용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의 방어 태세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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