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국가정보원, 경찰 등과 공조해왔다는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27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사이버사령부 소속 장교와 군무원들의 공적조서 내용을 공개하며 "사이버사령부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여론조작 활동을 벌였고 활동의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계량화해 성과를 평가했으며 국정원, 경찰 등 유관기관과 체계적인 공조활동을 벌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3월25일 국방부장관 표창을 받은 사이버사령부 사이버심리전단 소속 장교 김모씨의 공적조서에는 'G20 정상회의 기간 중에도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며 인터넷 공간에서 정부 및 대통령 비방글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이란 글이 포함됐다. 사이버사령부가 군의 활동과 무관한 정부시책을 홍보하는 대국민 심리전을 벌였다는 게 진 의원의 설명이다.
같은 해 10월25일 국방부장관 표창을 받은 사이버심리전단 군무원 정모씨의 공적조서에는 '사이버사령부 530단 운영팀장으로 보직받아 국가·국방정책 및 국가보위를 위한 공세적 사이버 심리전 홍보활동 시행 10년도 목표(계획 2000만회, 성과 2300만회)를 초과달성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씨 공적조서에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G20 정상회의,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등 국가 국방위기 상황 등에 대한 비난여론에 적기 대응해 비난여론 차단에 기여함(1864회)'이란 문구도 포함됐다. 진 의원은 "사이버사령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심리전을 펼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계획하고 그 성과를 계량화해 평가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군 사이버사령부 내 사이버심리전단이 국정원 활동과 유사한 일일보고서를 작성하고 국정원과 공조한 정황도 확인됐다.
진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일 국방부장관 표창을 받은 사이버심리전단 소속 김모씨의 공적조서에는 '김정일 사망관련 반 정부 및 반군 성향 악성 게시물을 수집·분석해 보고했으며 사이트 일일 사이버 동향보고서를 작성해 실시간 사이버상 동향에 대한 적시적인 자료를 제공함'이라고 씌어있었다.
특히 2010년 11월11일 국방부장관 표창을 받은 사이버심리전단 박모 운영과장의 공적조서에는 '국정원, 경찰청, 정보사 등 유관기관과의 정보공유 활성화를 통해 정보누락 위험성을 제거하고 민관군 합동대응을 주도적으로 선도함'이란 내용이 담겼다는 게 진 의원의 설명이다.
박 과장의 공적조서에는 '국내외 심리전 상황과 상부지침을 바탕으로 대적심리전 방향을 설정한 뒤 유관부서 및 기관에 전파함으로써 상황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국방정책 일관성 견지함'이란 문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 의원은 "이로써 국방부와 사이버사령부의 심리전 대상이 우리 국민이었음이 밝혀졌으며 사이버사령부가 광범위하고도 체계적으로 여론조작 활동을 벌여왔음이 분명해졌다"며 "따라서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에 대해서만 (심리전을)한다던 옥도경 사이버사령관의 증언은 명백한 위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이버사령부가 국정원과 긴밀한 공조 속에 활동해왔음도 확인됐다"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글들은 소속 요원들의 개인적인 행위가 아니라 이미 사령부 창설시부터 계획되고 지시된 결과임이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진 의원은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군의 자체수사와 관련, "국방부는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할 것이므로 사건수사에서 손을 떼고 사이버사령관 등 관련 책임자의 보직을 해임하고 즉각 증거보존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군 자체 수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사이버사령부 '정치글 활동'의 성과로 요원들이 대선 직후 대대적으로 포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대선 직후 심리전단에 대한 정부 포상 및 장관 표창은 없었고 6명이 연말 사령관 정기 표창을 받았다"고 부인했었다.
또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사이버사령부 1처장·530단장 등이 같은 시기에 합참 민군심리전부에서 근무했다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3인은 합참 민군심리전부에 (인사명령상) 같은 시기에 근무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감에서 "이 전 3차장은 2011년 1월1일부터 4월5일까지 (해당 부서에서) 근무했고 사이버사령부 1처장은 2011년 1월24일까지 근무하다가 정보본부로 옮겼다"고 재반박했다.
군당국은 "국민에게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수사 의지를 강조했지만 야권에선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정치글 작성을 개인적 행위로 몰고 가기 위한 꼬리자르기식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합참 국감에서 "사이버사령부 요원 4명의 대선 개입이 확인됐다"며 "국방부는 이 문제가 공개될 때부터 개인적인 일탈 행위라고 하면서 꼬리자르기를 시도했다.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이 어디까지인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이석현 의원은 "국방부에만 맡겨서는 안 될 문제"라며 "어떻게 군 검찰이 국정원까지 조사하겠느냐. 특검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서 양쪽 다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혹 당사자들이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린 시간과 장소 등에 대해서는 중간 조사결과에서 발표하지 않아 시간벌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당 국방부사이버개입진상조사단은 성명을 통해 "일주일 동안 조사해 내놓은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중간 조사결과는 이미 언론에 밝혀진 사이버 4명에 대한 면담 내용에 불과하다"며 "증거인멸을 위한 시간벌기용 조사였다"고 규정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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