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40거래일째 '바이(Buy) 코리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기관의 '불편한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기관은 펀드 환매 물량이 이어진 데다 미국의 재정 불확실성 및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전환 가능성 등으로 제대로 된 포지션을 구축하지 못했다. 예상보다 길게 유동성 확장 국면이 지속됨에 따라 시장 상황에 맞는 포지션 정립은 기관의 또 다른 숙제가 됐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7일 역대 최장 순매수 기록(35일)을 경신한 후에도 '바이 코리아'를 지속 중이다. 이날 장 초반 역시 강도는 약해졌으나 '사자'세를 보이며 40일간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23일 이후 전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3조3795억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이 기간 코스피는 10% 이상 올랐다.
반면 기관은 펀드 환매 물량이 집중되면서 같은 기간 6조7577억원어치를 팔았다. 주식형펀드의 환매 물량은 지난 8월 말 이후 34거래일 동안 5조원을 상회하며 지속적으로 매물을 출회 중이다. 지난 7월 이후 지분율 변동 기준으로 외국인이 집중 매수한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계, 자동차, 통신서비스 업종 가운데 반도체, 소프트웨어, 통신서비스는 자산운용사 등 국내기관이 적극적으로 매도한 업종이기도 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환매 이슈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기관의 매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박정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익대비 주가를 보는 데 익숙한 국내 기관은 조선·건설·화학 등 경기 민감주의 시장 대비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기회복을 보면서 큰 그림에서 경기 민감주를 담는 외국인과는 매매패턴이 다르다"고 짚었다.
외국인은 중국경기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이전인 연초 수준까지 경기 민감주를 채워 넣은 데 반해, 국내 기관은 아직 경기 민감주를 많이 담지 못했다는 평가다. 기관의 경우 경기 회복을 체감적으로 인식하기 어렵고 펀드환매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기관은 전기전자(IT)와 자동차를 매도하면서 지속적으로 현금화에 나서는 매매패턴이 지속될 것으로 평가됐다.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는 코스피 2050 이상에서의 환매 가능 물량은 5조~10조원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이 밸류에이션과 성장률 양면이 모두 매력적인 점,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유효한 점, 지수 레벨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 등으로 실제 환매 강도는 언급되고 있는 만큼 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연말께에는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사자' 전환도 기대됐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인 매매공방을 통해서 박스권 상단에 두텁게 포진돼 있던 매물부담을 완화시켜온 만큼, 향후 변동성 완화 시 수급 안정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20%)을 채우기 위해 연말 매수 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현재는 높아진 지수 수준과 외국인이 이끄는 수급 상황에 기관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연말께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사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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