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배우 김윤혜와 김시후가 영화 ‘소녀’를 통해 만났다. 평소 낯가림이 심하다는 최진성 감독과 수줍어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잔뜩 품고 있는 두 배우는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한 편의 영화를 탄생시켰다. 다소 작은 규모의 영화지만 완성도는 높고 메시지 또한 거대하다.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이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 핏빛 로맨스 ‘소녀’(감독 최진성)가 21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뜨겁고 순수한 사랑만을 담아낸 것이 아니라 늘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소문’ 그리고 일상 속에서 상대에게 던지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지닐 수 있는 지에 대해 경고한다.
이 작품은 말실수로 인해 친구의 죽음을 경험한 뒤 시골로 전학 온 고교생 윤수(김시후 분)가 미스터리한 소녀 해원(김윤혜 분)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처음 본 순간부터 운명처럼 해원에게 끌렸던 윤수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게 되고 두 사람은 진한 교감을 나누게 된다.
작은 시골 마을, 언뜻 보기엔 순박하고 순수한 사람들로 이뤄져 있는 듯 보이지만 잔인한 소문을 퍼뜨리고도 누구 하나 죄책감 느끼지 않는 동네. 무심코 던진 사소한 말 한마디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 사람의 영혼을 짓밟을 만큼 커져버린다. 무성한 소문의 주인공 해원의 아버지(정인기 분)가 한쪽 팔이 잘린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최진성 감독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말’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살면서 하는 말들이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칭찬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감독은 말의 폭력성과 되물림, 악순환에 대해 파헤치고 싶었던 듯하다.
‘소녀’는 과도기에 놓여있는 소년과 소녀가 나누는 순수하고도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강한 대비를 통해 표현해냈다. ‘빛과 어둠’ ‘흰 눈과 붉은 피’ ‘침묵과 소음’ 등의 영화적 대비는 순수와 잔혹을 오가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에 큰 힘을 실어준다.
영화는 강렬하면서도 부스러질 듯 위태롭고, 음산하면서도 맑은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지난 2001년부터 다큐멘터리와 단편 극영화 작업을 통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최진성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 덕분일 터.
김윤혜와 김시후는 이번 작품을 통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 두 배우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깊이 있으면서도 묘한 눈빛, 다양한 감정을 그려내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두 사람은 배역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관객들의 몰입을 도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교복을 입고 사랑을 나누는 베드신. 이 장면은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듯 보이지만, 그만큼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 어른의 사랑 못지않게 진지하고 열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김시후는 “평소 경험이 별로 없어서 베드신 촬영이 힘들었고, 김윤혜를 잘 리드하지 못했다”며 귀여운 자책을 하기도 했지만 영화 속에서 두 배우의 ‘케미’(케미스트리, 남녀 간의 화학반응)는 최고조에 달했다. 할리우드 영화 ‘트와일라잇’ 속 두 배우(크리스틴 스튜어트, 로버트 패틴슨)의 케미를 능가할 정도.
이 작품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분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청소년관람불가. 개봉은 오는 11월 7일.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리뷰]'소녀', 김윤혜-김시후 케미..'트와일라잇' 넘었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3102118074086898_1.jpg)
![[리뷰]'소녀', 김윤혜-김시후 케미..'트와일라잇' 넘었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3102118074086898_2.jpg)
![[리뷰]'소녀', 김윤혜-김시후 케미..'트와일라잇' 넘었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3102118074086898_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