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17일 경제민주화 주제 강의
"창조경제 위해서는 경제민주화 실현 반드시 필요"
"동양사태부터 취업난·저출산 문제 모두 경제민주화와 관련" 주장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역대 정권의 성장 만능주의 정책과 재벌의 탐욕이 경제민주화를 늦추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수석은 "역대 대통령이 박정희 콤플렉스에 걸려 성장을 최고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이 IMF를 겪게 됐고, 사회경제 구조가 근본적으로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17일 오후7시 서울 종로구 YMCA 종로포럼의 강연자로 나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재벌과 정치권의 인식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성장률에 집착하다 보니 기업과 재벌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게 되고 그러면서 금융과 투자에 대한 규제가 하나 둘 풀려 최근의 동양사태를 비롯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정책지원과 세금 투입에 더불어 국민의 역동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업이 손실이 날 때는 국민 세금으로 메꾸고, 이윤이 날 때는 모른척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상법개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대기업과 재벌의 주장에 대해서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사회를 투명하게 하고 감사위원회를 설치 하자는 것이 투자위축과 무슨 관계가 있냐"며 "규제가 있어도 돈이 된다고 하면 우회해서라도 투자하는 게 기업인데 이를 하지 않는 것은 돈이 될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김 전 수석은 "경제민주화가 추구하는 방향은 모든 것을 규제하자는 것이 아닌 최소한의 룰(rule)을 가져 가자는 것"이라며 "시대와 상황이 변했으면 그에 맞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모습이 예전과는 다른 만큼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제정된지 25년이 흐른 경제민주화 법이 지금에 와서 주목을 받는 것은 우리사회 구조가 이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취업과 결혼 앞에서 젊은 세대가 느끼는 박탈감부터 저출산 현상까지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도 '룰'을 바꾸는 작업 없이는 실현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수석은 "시장원리가 가장 효율적인 수단인 건 맞지만, 시장경제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효율과 안정 두 가지 모두를 이루기 위한 장치가 필요한 것"이라며 경제민주화가 현재 사회 시스템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에 대해서는 "대선 전부터 강한 의지를 보여온 만큼 그냥 져버릴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최근에 조사한 여론조사를 봐도 국민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이를 방치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으며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정책 조언에 핵심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1976년 이후 제4·5차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을 거쳐 1981년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신설하는 과정을 직접 추진하기도 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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