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소비자간 AS후 소유권 논란...깨진 액정 고가 매입 업체 등장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깨진 스마트폰 액정의 주인은 제조사인가, 소비자인가?
최근 스마트폰의 파손 액정의 소유권을 둘러 싼 논란이 일고 있다. 못 쓰게 된 물건이니 '당연히' 수리를 해주는 제조사가 회수해가는 것이 당연시돼 왔으나 최근 들어 깨진 액정을 최고 10여만원에 매입하는 업체들이 생기면서 소비자들이 제조사들에게 "내 돈 주고 산 물건이니 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반면 제조사들은 불법 유통 등을 우려해 돌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종종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수도권 주민 A씨(43)씨는 최근 스마트폰 액정이 깨져 수리를 맡겼다가 제조사 애프터서비스(AS)센터와 대판 싸웠다. 13만원을 내고 수리를 받은 후 깨진 액정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AS센터 직원이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깨진 액정은 '쓰레기'인 줄로만 알았던 A씨는 친구를 통해 깨진 액정을 고가에 매입해주는 업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깨진 액정을 돌려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AS센터 직원은 반환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정 돌려받고 싶으면 10%의 요금을 더 내라"고 했다. 돌려주지 않는 이유를 물으니 깨진 액정을 불법으로 거래하는 것을 막기 위한 회사의 지침 때문이란다. A씨는 "쓸모가 있든 없든 내 돈 주고 산 스마트폰의 부품인데 당연히 내 소유물"이라며 "제조사가 왜 남의 물건을 갖고 있으면서 돌려주지 않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38)씨는 파손 액정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가 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깨진 액정을 돌려 달라고 하니 AS센터 측에서 "그렇다면 '불법유통을 시키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라"고 요구한 것이다. 억지로 각서를 쓴 B씨는 "왜 내 물건을 내가 돌려달라는데 각서까지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파손 액정을 최고 10만원대에 매입하겠다는 업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파손 액정 매입'을 검색해보면 "고가에 매입해주겠다"는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3ㆍS4-LTE A, LG전자의 G2 등 최신 기종의 경우 10~12만원대, S3 등 중고 기종의 경우 2~6만원대에 매입이 이뤄지고 있다. 이 업체들은 "전화 한통화만 하면 택배+온라인 입금으로 간단하게 고액의 액정 수리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액정을 수리해 중국ㆍ동남아 등지에 중고 부품으로 직접 팔거나 수출용 중고 제품에 장착하기 위해 파손 액정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입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 액정 수리비가 10만원대가 넘어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보고 많이들 문의를 해 온다"며 "우리는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제조사들은 걱정이 많다. 국내 최대 제조사 중 하나인 C전자는 지난 5월부터 스마트폰 액정 파손 AS시 기존에 소비자가 원하면 돌려주던 것을 '회수'를 기본 원칙으로 변경했다. 파손 액정을 돌려받아 다시 끼우는 수법으로 여러번 AS를 받아 액정 여러 개를 챙겨 팔아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파손 액정을 매입해 수리 후 불법 제품을 만들어 동남아 등지에 수출하는 업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C전자 관계자는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무상 수리는 물론 유상 수리의 경우에도 회수를 원칙으로 정해 소비자들에게 공지하고 있다"며 "불법 제품이 유통돼 우리 제품의 신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소비자가 강력히 돌려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준다"고 말했다. D사 관계자는 "우리는 무상 교체 시에는 돌려주지 않고 유상 교체 시 고객이 요구할 경우에만 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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