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여성 총리가 나오지만 노르웨이의 여성 차별은 여전하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 북유럽 최대 부국인 노르웨이의 주요 상장기업에서 여성 CEO는 한 명도 없고 비선출직 공무원은 남성이 거의 독점하며 임금도 남성에 비해 크게 낮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여성들이 각계에 많이 진출하는 여권이 신장된 나라로 꼽힌다. 오는 18일 총리로 취임하는 에르나 솔베르그(52) 보수당 당수는 ‘노르웨이의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연정에 참여하는 진보당 시브 옌센(44) 당수도 여성이다. 노르웨이 최대 노조 위원장도 여성이다.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2012년 세계경제포럼의 성차별지수에서 상위를 차지, 성차별이 가장 작은 나라로 평가받았다. 아이슬란드,핀란드,노르웨,스웨덴이 상위 4위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25대 상장사의 최고경영자(CEO) 중 여성은 한 명도 없다.최고재무책임자(CFO)만 1명 있다.
2003년부터 직원 10명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의 최소 40%를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선출직 고위직은 남성의 독무대다. 중앙은행 총재와 부총재, 자산규모 7800억달러로 세계 최대인 노르웨이 국부펀의 6명의 경영자도 모두 남성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으로 여성이 지명된 미국과는 딴판이다.
성별 임금차이도 크다. 노르웨이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은 노동력의 중추를 이루지만 임금은 남성이 평균 15.7%를 더 받았다. 노르웨이의 노동력 중 여성의 비율은 지난 20년 사이 45%에서 80%로 크게 증가했다. 미국에서 이 비율은 58.1%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조사기관 시비타의 대표인 크리스틴 클레메트 전 교육부 장관은 여성들이 민간 부문보다는 가정생활에 더 우호적인 공공부문에 많이 진출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2011년 기준으로 공공부문 종사 여성 비율은 71%인 반면, 민간부문은 37%에 그쳤다.
이 때문에 여성이 고위직에 올라도 받는 돈은 남성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연기금 KLP가 수행한 연구결과 노르웨이 25대 상장사 가운데 1개사의 CEO연봉은 지난 2011년 약 840만 크로네(미화 약 140만달러)로 올해 국회 의원(83만7000크로네)과 총리(약 150만크로네)보다 월등히 많다.
클레메트는 “여성은 파트 타임 근무 옵션이 있는 일자리를 더 선호하며 이는 공공부문이 제공한다”면서”여성은 유리 천정을 부수기보다는 이를 선택한다”고 분석했다. 클레메트는 "여성 할당제가 여성의 기업 고위직 진출에 도움을 줬다는 증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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