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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대한전선, 똑같은 위기…다른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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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만에 엇갈린 운명..경영권 지키기 '꼼수'vs 회사 지키기 '희생'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 금융감독원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검찰에 수사 고발키로 한 가운데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은 경영권을 자진 포기하며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동양그룹 오너 일가의 모럴 해저드 비난이 거센 가운데 설 사장의 경영권 포기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두 그룹은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동양은 증자에 성공하며 주가가 반등한 반면 대한전선은 더딘 자산매각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현재 동양그룹은 잇따른 계열사의 법정관리와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고, 대한전선은 외국계 매수가 유입되면서 큰 주가 변동이 없는 상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설 사장의 경영권 포기로 대한전선은 오너체제 종식과 그동안 지속해 온 구조조정이 맞물리면서 회사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측은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안에 대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설 사장이 자신의 경영권이 회사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회사를 살리고 주주와 종업원을 위해 스스로 경영권 포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설 사장은 지난 2004년 선친인 설원량 회장이 급작스럽게 타개한 후 회사에 입사, 경영기획실과 구조조정추진본부 등을 거쳤다. 지난 2004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이뤄진 무분별한 투자로 회사가 부실화되자 지난 2009년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해 구조조정을 직접 진두지휘해 왔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이 축소되는 가운데 구조조정 대상인 비영업용 자산을 매각할수록 손실 규모가 커지자 결국 경영권 포기 결정에 이르렀다.


상반기 대한전선은 더딘 구조조정 속도로 투자자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지난해 대한전선은 6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고 578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 예상 매출액은 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부채 규모는 1조6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줄었지만 대부분의 자산매각이 이뤄진 터라 더 이상의 해결책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 계열사들의 부실이 계속 터지면서 지난해에는 213억원 규모의 계열사 티이씨건설 주식 400만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또 다른 건설 계열사인 남광토건은 지난해 11월 법정관리에 돌입했으며 자본잠식 상태다.


반면 동양그룹은 가전, 섬유, 금융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돼 있고 건설 비중이 높지 않은 데다 동양증권을 주요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하면서 상반기 승승장구했다. 리테일 창구를 활용해 수백억원 규모 회사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에게 소화시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계열사의 회사채와 CP 돌려 막기를 통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지키기가 숨어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 채권단에서 오너의 포기를 요구하는 경우는 있지만 오히려 설 사장은 채권단에서 만류했다"면서 "대한전선의 설 사장이 조용히 용퇴를 결정하는 모습은 경영권을 지키기기 위해 '꼼수'를 부르는 기업과는 대조적"이라고 평했다.


다만 설 사장의 용퇴에도 불구하고 대한전선의 앞날이 평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대한전선 채권단은 하나은행·산업은행·우리은행·국민은행 등 10여곳으로 총채권 규모는 1조4000억원이다. 전선업계는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 최대 수요 시장인 건설산업의 업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 향후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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