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이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고개를 숙였다. 단조로운 투구 패턴에 두 차례 실수까지 범해 조기 강판의 쓴잔을 마셨다.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이다.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으나 3이닝 동안 4실점했다. 삼진 1개를 잡았으나 안타 6개와 볼넷 6개를 허용,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강판됐다.
1회 공포에 또 다시 발목을 잡혔다. 정규시즌 30경기에서 1회 평균자책점 5.10을 기록한 류현진은 이날도 최대 고비를 넘지 못했다. 선두 제이슨 헤이워드를 유격수 땅볼로 잡았으나 저스틴 업튼에게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맞았다. 류현진은 프레디 프리먼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위기를 넘기는 듯 했으나 이내 에반 게티스에게 시속 80마일의 체인지업을 공략당해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내줬다. 실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크리스 존슨에게 시속 91마일 패스트볼을 통타당해 두 번째 점수를 헌납했다.
안드렐튼 시몬스를 2루수 뜬공으로 유도해 추가 실점을 막은 류현진은 2회 반등의 밑바탕을 마련하는 듯했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앞세워 엘리엇 존슨, 훌리오 테헤란, 헤이워드를 상대로 삼자범퇴를 이끌었다. 류현진의 선전에 타선은 이내 집중력을 발휘했다. 야시엘 푸이그, 후안 유리베의 연속 안타와 A.J 엘리스의 볼넷으로 1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팀 동료들의 지원에 류현진도 타석에서 힘을 냈다. 상대 선발투수 훌리오 테헤란의 시속 93마일 패스트볼을 공략, 우익수 뜬공으로 연결했다. 외야 우측 깊숙한 곳에 떨어진 타구에 3루 주자 야시엘 푸이그가 여유롭게 홈을 통과, 류현진은 1타점을 기록했다. 빅리그 포스트시즌에 출전한 한국인 투수 최초의 타점이었다. 추격 타점으로 분위기를 탄 다저스는 이어진 1사 1, 3루 찬스에서 칼 크로포드가 오른 담장을 넘어가는 쓰리런을 작렬, 순식간에 4대 2로 승부를 뒤집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조기 강판되는 수모를 겪었다. 업튼, 프리먼, 개티스에게 모두 패스트볼을 통타당해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초반 잘 먹히지 않던 커브와 슬라이더를 거의 꺼내지 않아 단조로워진 투구 패턴을 상대에 비교적 쉽게 간파당했다. 3회 던진 34개의 공 가운데 커브는 2개였다. 슬라이더는 한 개도 던지지 않았다. 이어진 승부에서 류현진은 브라이언 맥켄을 병살타성 타구로 유도, 위기를 극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어진 1루 커버에서 류현진이 베이스를 뒤늦게 밟아 타자의 아웃을 이끌진 못했다. 3대 4로 쫓긴 1사 1, 3루에서 류현진은 다시 한 번 병살타성 타구를 유도했다. 시속 79마일의 체인지업을 던져 존슨으로부터 투수 앞 땅볼을 빼앗았다. 하지만 타구는 아웃 카운트로 연결되지 않았다. 포구에 성공한 류현진이 홈 송구를 택해 타자가 여유롭게 1루에 안착했다. 3루 주자 프리먼마저 먼저 홈플레이트를 터치, 승부는 4대 4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속 79마일의 체인지업으로 후속 시몬스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잡아 추가 점수를 내주진 않았다.
3회 공격에서 대타 마이클 영과 교체돼 비교적 일찍 투구를 마친 류현진에 대해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바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기 중 진행된 중계방송사 TBS와의 인터뷰에서 “0대 1로 뒤진 1회 2사 1, 2루 존슨과의 승부에서 투 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똑같은 패스트볼을 던져) 중전 적시타를 내준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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