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휴대폰 ASP 하락…삼성은 부품 수직 계열화로 원가 절감 대응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판매 전략이 고가(高價)에서 중저가(中低價)를 많이 파는 '박리다매'로 바뀔 전망이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휴대폰 평균판매단가(ASP)가 하락하기 시작한 데다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는 탓이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수익성도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 비중 확대와 원가 절감 등을 통한 수익성 관리에 좌우될 전망이다.
7일 정보기술(IT)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휴대폰 ASP는 올해 3분기 235달러로 2분기 250달러 대비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갤럭시S4 판매가 둔화되고, 중저가 스마트폰 출하량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갤럭시S4 3분기 판매량은 1700만~2000만대로 전 분기 대비 200만~300만대 줄었다. 보급형 스마트폰 비중이 높아지면서 스마트폰은 8500만대, 전체 휴대폰은 1억2000만대가량 판매돼 2분기 대비 증가했다.
IM부문 영업익은 시장 예상치인 6조원대 초반을 상회한 6조5000억~6조9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2분기 6조2800억원 대비 2000억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IM부문의 실적은 기대 이상이지만 휴대폰 ASP 하락은 스마트폰 업황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상징한다는 게 업계와 증권가의 분석이다.
박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저가 스마트폰 비중이 확대되면서 그동안 실적 개선을 견인해 온 IM부문의 이익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저마진의 중저가 스마트폰 출하량이 급증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부품 수직 계열화에 따른 원가, 비용 절감으로 이익률을 개선했다"며 "삼성전자의 부품 수직 계열화가 앞으로 타사 대비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고마진 제품 비중이 줄어들면서 제조사들의 판매 전략도 기존과 달라져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같은 기간 LG전자도 고가 스마트폰 판매가 시들하면서 휴대폰 ASP가 2분기 176달러에서 3분기 174달러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3분기 MC사업본부 영업익도 -40억~150억원으로 2분기 610억원 대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1300만대, 전체 휴대폰 판매량은 1900만대가량으로 2분기 대비 증가한 반면 영업익 개선에는 역시 실패할 전망이다. LG G2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쳤고 신제품 출시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데다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남곤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ASP 하락으로 마진율이 하락했고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ASP 하락은 삼성전자, LG전자뿐만 아니라 애플 등 모든 제조사가 직면한 문제다. 애플은 아이폰5s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중가형 아이폰인 아이폰5c를 선보였다. 선진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하면서 온리 프리미엄 전략을 포기하고 중국, 인도 등 보급형 시장을 노린 제품을 출시하는 투 트랙 판매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아이폰5c는 출시 초반부터 미국, 일본 등에서 공짜로 판매되고 있어 향후 애플의 아이폰 ASP도 기존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혜용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고가 스마트폰 수요 둔화로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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