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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의 습격'…전세난에 '슈퍼월세' 급증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43초

전셋값 57주 연속 상승…강북에도 월 150만원 이상 월세 물건 급증
신축 다가구·다세대 주택 월세도 덩달아 오름세…통계와 현실 '괴리'

'월세의 습격'…전세난에 '슈퍼월세' 급증 저금리 기조로 낮은 보증금 높은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월세 100만원 이하인 아파트 매물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의 매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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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보증금은 최대한 적게 하고 월세를 높이는 게 요즘 집주인들의 주문사항입니다. 전용면적 84㎡ 집이 월세 150만원으로 속속 거래돼요."(서울 금호동 A공인 대표)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월셋집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8·28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반등에 성공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는 훈풍이 불고 있지만 전셋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은 5000만~1억원, 월세 100만~150만원 선에서 정해지는 사례가 서울 강북지역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시세에 따라 보증금과 월세를 정하는 공식이 무너지고 집주인의 요구에 고가 월세로 속속 전환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월세 선호 현상 등 최근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오히려 세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서울 중구 B공인 관계자는 "신혼부부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하다"면서 "그런데 전세 매물 자체가 없어서 아파트라면 월세라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월세는 시세가 너무 높게 형성돼 있어 세입자들에겐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45만원에 거래됐다. 이보다 작은 59㎡도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9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강남 3구에선 월세 15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급 빌라 등에서 500만원 이상의 초고가 월세가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고가 월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아파트 월세 시세가 오르면서 신축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월세도 덩달아 뜀박질하고 있다고 중개업소에서는 전한다.


일각에선 급등한 전셋값을 충당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것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조언하지만 세입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월세는 한 번 내면 그만인 임대료이지만 대출은 다 갚고 나면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전세는 저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월세는 매달 내는 임대료여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킨다"면서 "월세 세입자는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게 돼 향후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와 다르게 원룸형 주택은 수급 상황에 따라 지역별로 크게 엇갈렸다. 특히 서울에서 가장 많은 도시형생활주택이 공급된 강서구는 지난해 착공한 물량까지 준공하면서 공실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에어컨과 세탁기 등 최신 시설을 갖춘 신축 원룸의 가격은 아직 큰 변화가 없지만 지은 지 10년 이상 된 건물은 세입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강서구 화곡동 S공인 관계자는 "공실이 워낙 많아 월세는 점점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라면서 "오래된 건물이나 반지하는 세입자들에게 보여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40만원 정도면 풀옵션 신축 원룸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계치로는 월세 가격이 6개월 연속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8개 시도의 월세가격은 전월 대비 0.1% 떨어지면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서울은 이 기간 0.3% 내리며 전국 평균보다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수도권에선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각각 0.2% 하락, 가장 크게 떨어졌다. 주택 유형별로도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각각 0.2% 떨어지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저금리 기조 등으로 인한 주택임대시장의 구조적 수급불균형이 지속됨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의 월세가격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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