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현존 조류 중 가장 몸집이 큰 새는 타조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큰 새는 뭘까. 호주가 고향인 '에뮤(Emu)'라는 이름의 새다. 겉모습은 타조와 비슷하지만 몸집이 조금 더 작은 놈이다. 에뮤 고기 맛은 쇠고기와 비슷하다.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는 에뮤를 사육해 고기와 알을 먹고 에뮤의 지방살을 이용해 기름도 짜낸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최근 인도에서는 에뮤 사육이 큰 화제가 됐다. 지난 5년간 인도의 에뮤 사육 산업은 거품이 형성됐다가 급속도로 붕괴되는 전형을 보여준다.
인도인들이 에뮤가 돈벌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약 5년 전이다. 사육농이 급증하면서 2008년만 해도 70만마리에 불과했던 에뮤 개체 수는 지난해 200만마리까지 불었다.
하지만 급속한 사육농 증가는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고 시장은 금방 붕괴됐다. 너도나도 에뮤 사육에 나서다 보니 사육농들은 곧 돈벌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고 에뮤를 그냥 야생에 버리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에뮤 사육농이 급증하면서 2008년 9루피에 불과했던 에뮤 사료 1Kg의 가격은 2011년에 이미 3배로 뛴 상황이었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에서 터진 에뮤 스캔들은 에뮤 사육 산업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
에뮤 사육으로 엄청난 수익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수 천만의 사람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한 사업가가 제때 수익금을 지불하지 못 했던 것이다. 그는 사기꾼으로 몰렸고 타밀나두 주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약 70명을 구속했다. 그리고 에뮤 1만2000마리 이상을 압류해 올해 1월 경매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에뮤를 팔아넘겼다. 한 때 마리당 가격이 1만2000루피에 달했던 에뮤를 단돈 700루피에 팔아버린 것이다.
한때 1700마리의 에뮤를 길렀지만 2011년 에뮤 사육에서 손을 뗀 마하라시트라주의 한 에뮤 사육농은 "많은 이들이 3~6개월 만에 투자했던 것의 두 배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혔다"며 "몇몇 사람들의 탐욕 때문에 에뮤 사육업이 완전히 망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인도 일간 더 힌두는 3년 전만 해도 에뮤 한 쌍이 3만5000루피에 팔렸지만 지금은 완전히 자란 에뮤 한 마리의 경매 가격이 55루피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현재 인도에서 사육되는 에뮤 숫자는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 80만마리에 불과하다. 5000명이었던 인도 에뮤 사육농 숫자도 절반으로 줄었다. 인도에뮤사육농협회는 이마저도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내년 1월이면 개체 수가 35만마리까지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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