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한국은행의 외환은행 주식 헐값 매각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은은 법원에 적정 가격을 정해달라고 청구하면서 화살을 피해갔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소극적인 가격결정 청구가 아니라 주식교환 무효소송을 내야 한다며 한은을 압박하고 있다.
25일 오전 박원석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 론스타 공동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은은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주식교환 무효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은이 보유했던 외환은행 주식을 하나금융지주에 넘기는 과정에서 1034억원에 이르는 손해가 발생했는데, 가격 산정이 부당하게 이뤄진 만큼 거래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상반기 한은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주식의 포괄적 교환 계약'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주식을 하나금융지주 주식과 맞바꾸거나 팔아야 하는 입장이 됐다. 주식 교환으로 하나금융지주의 주식을 갖게 되면 영리기업 주식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한은법 103조를 어기게 되는 탓이다.
한은은 외환은행에 출자할 때 주당 1만원에 지분을 사들였지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주당 7383원만 보상받았다. 주당 25% 이상 손해를 보는 구조다. 장부상 손실은 1034억원에 이른다.
박 의원은 이 부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2012년 말 현재 외환은행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1만4000원을 웃돌고, 2013년 말 현재의 예상 가치 또한 하나금융지주가 제시한 교환가격이나 매수청구 가격의 2배가 넘는 1만5000원을 웃돈다"면서 "당시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외환은행 주식의 시장가치가 과연 적정하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가질 만하다"면서 "외부평가기관의 적정성 평가를 거쳐 가격을 산정했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런 과정 없이 순자산가치의 절반에 불과한 주식교환 가격을 제시한 하나금융지주나 그걸 받아들인 한은 모두 잘못이라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따라서 "한은은 즉각 포괄적 주식교환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해 한은과 다른 소수 주주들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은이 주식교환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제척기간(2013년 10월5일)이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 무효소송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주식 매수가격 결정 청구만 하는 건 무책임하다"면서 "시효가 만료되어 이번 거래를 바로잡을 수 없게 된다면 김중수 총재와 관련한 임직원 모두에게 직무유기와 업무상 배임 및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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